“코로나시대 포교? 禪-茶 중심으로 세대별 눈높이 맞춰 놀아줘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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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다일미의 세계’ 추구하는 조계종 前 포교원장 지원스님
茶 마시는 순간 오묘함 체험하듯, 禪도 현장서 체험통해 이뤄지는 것
요즘은 ‘SNS 상징’ 시공초월시대… 다양한 매체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몸이 건강해야 마음도 편안해져, 차나 한잔 마시고 마음공부하길

‘코끼리 띠’를 자처하는 지원 스님이 서울 은평구 삼보사 다실에서 요즘 즐겨 마시는 안화 흑차(黑茶)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코끼리 띠’를 자처하는 지원 스님이 서울 은평구 삼보사 다실에서 요즘 즐겨 마시는 안화 흑차(黑茶)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선과 차가 하나의 맛이라는 선다일미(禪茶一味)에는 선은 바로 그 현장에서 체험을 통해 이뤄진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바로 차를 마시는 순간, 그 맛의 오묘함을 체험하듯 선도 마찬가지다.”

7년 전 인터뷰 뒤 나이를 묻자 ‘부처님 인연 따라 사는 코끼리 띠’를 자처했던 지원 스님(75)은 여전했다.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장과 호계원장, 동국대 이사를 지낸 스님은 자신이 창건한 경기 양주시 육지장사와 서울 은평구 삼보사 회주(會主·사찰의 큰 어른)로 있으면서 선다일미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4일 찾은 삼보사 입구에는 어린이법회와 합창단 등을 통해 도심포교에 앞장섰고, 나중 육지장사 창건의 뿌리가 됐던 삼보사의 과거를 알 수 있는 비가 있었다.

―삼보사 창건이 1983년이다. 당시 도심 포교당은 드물었다.


“1979년 신군부에 의해 불교가 유린당하는 법난(法難)을 겪으면서 불교가 인재 양성을 못 해 힘이 떨어져 큰 어려움에 빠졌다고 생각했다. 성불(成佛)을 미루더라도 포교에 힘쓰기 위해 세운 곳이 삼보사였다.”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전단 1만5000장을 돌렸는데 그걸 보고 아이 둘이 왔다. 허허. 부모가 맞벌이라 심심해하는 아이들과 같이 놀아줬다. 아이들 성적이 쑥쑥 오르자 부모들이 궁금해하며 찾아오더라. 나중에는 법회 때 하루 500명 이상 모였다. 불교를 포함한 종교, 뭐 다를 게 있겠냐? 사람들의 몸과 마음이 잘 놀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된다.”

―요즘 총무원 소임도 없어 너무 한가한 것 아닌가.

“천만의 말씀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 쓰고 법문하다 보면 하루가 너무 바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찰들의 어려움이 많다.

“지금은 4차 혁명으로 10년의 변화가 1년 안에 이뤄진다. 예를 들어 그냥 햄버거 하나 달라고 하는 게 아니라 수십 가지 다양한 형태의 햄버거를 주문하는 시대다. 아이들 방식으로 놀아주듯 사람들이 원하는 방식의 만남, 포교가 필요하다.”

―그게 무엇인가.

“불교에는 자연과 어우러진 전통사찰과 오랜 시간 축적해온 마음과 건강 프로그램이 있다. 선 수행과 차 문화 등을 중심으로 어린이, 청소년, 성인의 눈높이에 맞춰 놀아줘야 한다. 요즘은 SNS가 상징하듯 시공을 초월한 시대다. 절에 사람이 오지 못한다고 한숨 쉬고 있을 게 아니라 다양한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단식과 효소 체험 등을 접목한 육지장사의 템플스테이가 인기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한 해 3000여 명이 몰렸다. 사람들은 마음이 먼저라고 하지만 저는 몸이 건강해야 마음도 편안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마음공부도 가능하다.”

―이곳 다실의 선문답(禪問答) 치유법회는 계속되나.

“지난해 가을 사람들이 편하게 이용할 있도록 입식으로 구조를 바꿨다. 코로나19로 사람이 아직 많지는 않지만 차를 마시면서 선문답과 함께 마음공부를 하고 있다. 조주 스님도 ‘끽다거(喫茶去), 차나 한 잔 마시고 가라’고 하지 않았나.”

―선문답이 어렵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선문답은 화두를 들기 위한 것도 있지만, 불교 공부와 세상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교육적 효과도 크다. 조주 스님의 끽다거는 특별한 것을 찾지 말라는 가르침이다. 조주 스님이 스승 남전 스님에게 도가 무엇이냐고 묻자, 남전 스님은 평상심(平常心)이 곧 도라고 했다. 저울을 쓸 때 좌, 우로 기울지 않고 평형을 이뤄야 무게를 알 수 있는 것처럼 치우침이 없는 중도(中道)의 세계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코로나시대#포교#지원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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