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 첫 법관탄핵, 국회 소추까지만?…헌재 기각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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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월 29일 15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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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연루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기로 한 가운데 판사 임기가 곧 끝나는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사건을 헌법재판소에서 심리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안이 처리되면 헌정 사상 최초의 탄핵 법관이란 불명예를 얻게 된다. 하지만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임 부장판사의 판사 임기가 끝나기 때문에 심판에 회부되지 못하고 사전심사에서 각하가 될 가능성도 높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8일 국회 본청 당대표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의원총회에서 이탄희 의원이 (사법농단 관련) 두 분 판사 가운데 임성근 판사 탄핵 소추를 추진하겠다는 보고를 했다”며 “의원들의 탄핵 소추 추진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임 부장판사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지시를 받고 2015년 3~12월 ‘세월호 7시간’ 관련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지국장 재판에 개입해 청와대 입장을 적극 반영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2015년 8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체포치상 사건 재판 당시에는 선고 이후 등록된 판결문에서 양형이유를 수정하고 일부를 삭제하도록 한 혐의도 있다.

2016년 1월 프로야구선수 도박사건 약식명령 재판을 정식재판으로 회부하려는 판단을 막고 약식명령으로 사건을 종결하도록 한 혐의도 받았다. 임 부장판사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임 부장판사에 대해 1심은 “이 사건 각 재판 관여 행위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 지위를 이용한 불법행위로 징계사유에는 해당할 여지가 있으나, 직권남용으로는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 내 탄핵안을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임 부장판사의 판사 임기도 2월에 끝날 예정이라는 것이다.

임 부장판사는 이번 인사에서 10년마다 신청하는 판사 재임용 신청을 하지 않아 2월28일자로 임기가 끝날 예정이다.

탄핵안이 2월 초에 소추되더라도 헌법재판소에서 제대로 된 심리가 이뤄지기도 전에 임 부장판사의 판사 임기는 만료된다.

국회법 제134조 2항은 국회의 소추의결서가 송달됐을 때에는 소추된 사람의 권한은 정지되고, 임명권자는 소추된 사람의 사표를 수리하거나 해임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법 제53조 2항은 피청구인이 결정 선고 전에 공직에서 파면됐을 때에는 심판청구를 기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파면과 사표, 해임 등의 경우는 법에서 절차를 정하고 있지만, 임기만료의 경우는 명시적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헌재는 헌법소원이 제기되면 사전심사를 거쳐 청구가 부적법하면 각하 결정을 내려 청구내용을 본격 심사하지 않고, 그렇지 않을 경우 심판에 회부한다.

법조계에서는 임 부장판사의 임기만료가 되더라도 헌재가 탄핵사건을 심리할 수 있을지, 아니면 소의 이익이 없어 각하나 기각이 될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면서도 각하가 될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헌법연구관 출신의 노희범 변호사는 “파면되려면 현재 직위에 있어야 한다. 직위를 떠났는데 파면된다는 건 형식적 측면에서 소의 이익이 없는 건 분명하다”며 “그러나 탄핵은 정치적 측면도 있고, 탄핵되면 5년간 공무원이 될 수 없어 (실익이 있기 때문에) 탄핵을 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고 설명했다.

헌법재판소법 54조 2항은 ‘탄핵결정에 의해 파면된 사람은 결정 선고가 있은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아니하면 공무원이 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이어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는 것 같다”면서도 “탄핵 결정을 하면 ‘피청구인 임성근을 파면한다’고 할 텐데 법관이 이미 아닌 사람을 파면할 수는 없지 않냐. 각하될 확률이 높아보인다”고 말했다.

한 고법판사도 “일반적으로 기간이 만료되면 각하가 되지만, 예외적으로 기간이 지난 경우에도 법률 효과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본안 판단을 해주는 경우가 있다”며 “재판관들 의견이 나뉠 수 있는데 기간이 지났지만 헌법적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에 결국 헌재가 판단해야 할 문제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각하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도 학설상 논란이 있다면서 “독일의 경우 탄핵절차 개시 후 법관이 신분을 상실하게 되면 절차를 중지하거나 절차종료를 선언한다”며 “대통령이라면 모를까 법관은 임기종료가 되면 각하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헌법연구관 출신 이명웅 변호사는 “임기 만료 후 탄핵소추가 된 경우 이미 자연인이므로 각하가 될 것”이라며 “임기 전이라면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처럼 본안 판단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탄핵소추가 임기 만료 전에 이뤄진다면 심리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 지난 13일 내란선동 혐의로 미국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임기가 일주일 남았지만 탄핵안이 하원에서 통과된 것이다. 최종 탄핵 여부는 상원에서 결정된다. 상원 탄핵 심판 절차는 내달 8일부터 본격 시작된다.

한편 민주당이 2월 임시국회 내에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안을 처리하면 헌정 사상 최초의 탄핵 법관이란 불명예를 얻게 된다. 이번 탄핵 소추는 헌정 사상 세 번째 현직 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이며 대법관이 아닌 일선 법관에 대해서는 최초다.

앞서 두 차례의 탄핵 시도는 모두 불발된 바 있다. 1985년 12대 국회는 당시 유태흥 대법원장의 탄핵소추안 처리를 시도했으나 부결됐고, 2009년 18대 국회에선 광우병 촛불집회 개입 의혹 관련 신영철 대법관 탄핵소추안이 발의됐으나 시한이 지나 자동 폐기됐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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