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공매도’ 압박에 흔들리는 금융당국…백기 드나

뉴시스 입력 2021-01-17 07:36수정 2021-01-17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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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재개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정치 이슈’로 비화되면서 금융당국이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양향자·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당을 중심으로 공매도 금지 조치를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게 나온 가운데,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연장론’에 가세하면서 금융당국이 그야말로 ‘코너’에 몰린 모습이다.

정 총리는 지난 14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공매도 재개 여부와 관련해 “정부 입장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부 입장을 밝힐 수는 없다”면서도 “개인적으로 저는 좋지 않은 제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행정부 수장의 이 같은 발언 이후 금융시장에서는 각종 해석이 나왔다.일각에서는 지난 기획재정부와 여당간 갈등 당시처럼 금융위원회도 결국 ‘백기’를 드는 것이 아니냔 관측까지 조심스레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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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기획재정부는 올해부터 주식 양도세 대주주 요건을 종목당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출 계획이었으나, 여당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또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기재부는 긴급재난지원금 선별 지급을 강력 주장했으나, 표심을 의식한 여당의 압박에 눌려 결국 대상이 전 국민으로 확대됐었다.

이처럼 각종 경제 현안을 놓고 번번이 당정간 갈등이 불거지고, 그 때마다 경제 수장으로서의 소신이 지켜지지 않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사표’까지 꺼내드는 사태가 벌어졌다.

지금의 상황도 과거 기재부와 여당간 마찰 당시를 떠올린다는 지적이다. 금융위는 그간 여러 차례 ‘3월 공매도 재개’ 원칙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이번에도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권을 중심으로 공매도 금지 조치를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르며 ‘갑론을박’이 벌어졌고, 지난 11일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한시적 공매도 금지조치는 3월15일 종료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에도 논쟁은 수그러들지 않았고 다음날 금융위는 또 다시 “지난 8일 금융위원장의 발언과 11일 발송된 메시지 내용이 공식입장”이라며 “공매도 재개문제는 9인으로 구성된 금융위의 의결 사항”이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지난 8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주가지수가 3100포인트를 상회하게 된 것은 외국인 순매수가 기여한 바가 크고, 이는 우리 경제와 주식시장에 대해 외국인 투자자들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기여도를 무시할 수는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 현재 공매도 금지 조치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는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 등 일부 아시아 국가 뿐으로, 공매도 금지는 글로벌 흐름에도 맞지 않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공매도 재개를 둘러싸고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 입김을 불어넣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정책의 불확실성을 높여 혼란을 부추길 뿐 아니라, 시장의 질서 자체를 뒤흔드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비판이다. 종잡을 수 없는 정책 방향에 시장의 피로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매도 문제가 정치적인 이슈가 되서는 안된다”며 “시장상황을 고려해 시장원칙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다만 현재 금융시장과 실물시장간 괴리가 있는 상태에서 공매도를 재개하면 상당한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금융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되고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간 비대칭 문제를 해소하는 등의 보완 과정을 거쳐 도입하는 방향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공매도는 자본시장의 문제로 다수가 원한다고 해서, 표를 의식해서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사후처벌, 사전 차단 시스템 등 관리·감독 체계를 확실하게 보완한 다음 시장원칙에 따라 재개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당에서도 정치권의 과도한 개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일부 정치인들이 공매도와 관련 발언들을 공개적으로 하고 있는데,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정치인들이 시장에서 일하는 전문가 위에 있을 순 없다. 시장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 정치권이 시장에 간섭하는 것은 시장을 파괴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정치적 유불리를 고려해 시장에 정치권이 개입한다면 엄청난 후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며 ”입법사항 아니면 시장에 간섭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정치 논리가 개입되는 순간, 시장 붕괴는 불을 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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