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태풍’에 책임자 처벌·평양 당원 급파…광폭 대민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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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9월 6일 10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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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황해남도의 태풍 피해지역을 시찰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달 28일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황해남도의 태풍 피해지역을 시찰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달 28일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올해 주요 지역에서 장마와 태풍으로 인한 수해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민심 달래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제9호 태풍 ‘마이삭’에 의한 함경남·북도의 자연재해 복구를 위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무국 확대회의를 피해지역 현지에서 소집하고, 함경남도 지역을 살펴봤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6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피해지역 현지에서 회의를 주재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이번 사안이 긴급했음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신문에 따르면 함경남도와 함경북도 해안연선 지대에는 1000여 세대의 살림집(주택)들이 각각 파괴되고, 적지 않은 공공건물들과 농경지들이 침수됐다고 한다. 김 위원장이 살펴본 함경남도는 단천시, 신포시, 홍원군을 비롯한 10여개의 시, 군들에서 살림집들과 공공건물들이 침수 파괴돼 많은 수재민이 발생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이번 회의에서 김성일 당 함경남도위원회 위원장을 해임하고 당 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 부부장을 새로 임명했다. 피해가 발생한 지역의 주요 책임자를 처벌함으로써 민심 이반을 막으려는 발빠른 행보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5일에는 태풍 방재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아 수십여 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데 대해 원산시와 강원도 간부들을 처벌하기로 했다고 노동신문이 밝힌 바 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이번 태풍 피해와 관련해 수도 평양 당원 1만 2000명을 함경남·북도에 각각 급파할 것을 공개 서한을 통해 밝히기도 했다.

이미 강원도, 황해남·북도 등 수해로 인한 피해 복구에 인민군 부대 등이 투입돼 인력이 부족한 면도 있지만, 가장 충성심이 높은 집단을 중심으로 결속을 꾀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 위원장은 이번 공개 서한에서 태풍으로 인한 피해 상황을 상세하게 전하고 평양 당원들에 대한 신뢰를 표하고 있다. 신문은 서한을 작성하고 있는 김 위원장의 모습과 그가 자필로 작성한 서한의 일부를 사진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당 중앙은 함경남북도의 피해 복구를 강력히 지원하는 문제를 다름아닌 수도의 당원 동지들에게 터놓기로 하였다”면서 “당 중앙위원회를 제일 가까이에서 보위하고 있는 친위대오인 수도의 핵심당원들이 기치를 들고 피해 복구 현장에 진출하는 것이 더 의의가 있다고 보았다”라고 밝혔다.

또 “나는 당 중앙이 직접 조직하여 함경남·북도에 파견하는 수도의 최정예 당원사단들이 조선노동당 창건 75돌 명절과 당 제8차 대회를 견결히 보위하는 별동대로서 부여된 영예로운 사명과 전투 임무를 훌륭히 수행하고 커다란 승리를 쟁취하리라는 것을 굳게 믿는다”라고 강조했다.

오는 당 창건 75주년(10월10일)까지 당초 계획했던 대북제재 ‘정면 돌파전’의 성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국가적 재난 극복을 위해 역량을 집중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앞선 제8호 태풍 ‘바비’ 관련해서 제7기 제17차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어 대비한 데 이어 태풍이 지나간 직후 황해남도 일대를 시찰한 바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제13호 태풍 ‘링링’에 대비해 이례적으로 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했는데, 올해는 당 중앙위원회 중심으로 대응하는 체계가 확립된 것으로 보인다.

또 올해 들어 ‘공개 시찰’보다는 굵직한 회의를 주도하던 김 위원장이지만 자연재해 만큼은 직접 챙기는 모습도 주목된다. 지난달 장마철 홍수 때도 곧바로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일대를 찾아 국무위원장 명의의 예비양곡과 필수 물자 지원을 지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추세로 보아 김 위원장은 오는 당 75주년 기념일과 내년 제8차 당대회까지는 대외 행보를 자제하고 자연 재해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내부 수습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오는 7일 제10호 태풍 ‘하이선’의 영향까지 받을 것으로 예보돼 있다. 노동신문은 이날(6일) “이번 태풍은 강한 비바람과 폭우를 동반하고 우리나라의 여러 지역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면서 피해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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