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코로나 방역에 확실히 도움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휴대전화 데이터’로 효과 입증

직장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이들이 많이 확인될수록 그 지역의 코로나19 환자 증가세가 빠르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구글 블로그 제공
직장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이들이 많이 확인될수록 그 지역의 코로나19 환자 증가세가 빠르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구글 블로그 제공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조치를 시행한 뒤 휴대전화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8월 23∼27일 이동량이 2단계 시행 전인 같은 달 9∼13일에 비해 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2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런 정보 등을 토대로 “국민들의 적극적인 거리 두기 참여 덕분에 폭발적 확산이 억제되고 있다”고 밝혔다.

휴대전화 이동량과 감염자 확산에는 어떤 관련성이 있을까. 최근 미국의 데이터 과학자들은 휴대전화 이동량 데이터와 감염률 간의 관계를 일부 입증했다. 시브 세흐라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와 조슈아 베이커 미국 펜실베이니아의대 교수 공동연구팀은 미국 내 휴대전화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직장에서의 활동량이 적을수록 코로나19 감염률이 낮아졌다는 결과를 국제학술지 ‘미국의사협회지(JAMA) 내과학’에 지난달 31일 공개했다.

○ “이동량 감소가 코로나19 전파율 낮춘다”

세흐라·베이커 교수 연구팀은 올해 4월부터 구글이 공개 중인 ‘구글 커뮤니티 이동 보고서’에 포함된 익명의 휴대전화 위치 데이터를 분석했다. 미국 전역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재택근무가 감염병 확산을 줄이는 효과가 입증됐다. 직장에서 신호가 많이 잡힌 상위 25% 지역은 하위 25% 지역보다 15일 후 코로나19 환자수가 30% 많았다. 반면 주거지에서 신호가 많이 잡힌 지역은 그렇지 않은 지역에 비해 환자 증가율이 19%포인트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베이커 교수는 “휴대전화 이동량 데이터 분석은 코로나19 감염 위험지역을 안내하고 방역에 필요한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증상 연구에도 활용되는 데이터사이언스

데이터를 활용한 코로나19 연구는 휴대전화 분석에만 그치지 않는다. 코로나19에 감염되면 후각과 미각을 상실한다는 사실도 대규모 연구 데이터 분석을 통해 밝혀냈다. 하버드대를 비롯한 국제 연구팀은 미국과 영국에서 250만 명을 모집해 이들이 코로나19 증상 추적기 애플리케이션으로 매일 보고한 증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 가운데 65%가 후각과 미각 상실 증상을 겪었다는 사실을 알아내 5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공개했다.

구글과 애플 등 대규모 데이터를 보유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도 코로나19 연구를 위한 데이터 수집과 공개, 연구 지원에 나서고 있다. 구글은 이동량 보고서 외에도 이용자들이 검색한 기침과 발열, 호흡 곤란과 같은 코로나19 증상 400개 이상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연구자들에게 제공한다고 이달 2일 밝혔다.

○ 국내에서도 초기부터 감염병 수리모델 연구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각종 데이터가 쌓이면서 데이터 과학이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쥔 주요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국내에서는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격상 조치 여부를 판단하는 데 감염병 수리모델이 큰 역할을 했다. 정은옥 건국대 교수는 8월 2일부터 21일까지의 국내 코로나19 전파 양상이 지속된다면 8월 21일 이후 일일 신규 확진자가 최대 1182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감염재생산지수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다. 지난달 말 정은경 본부장도 이 같은 결과들을 거론하며 사회적 거리 두기에 적극 동참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데이터 과학이 방역에 도움을 주고 있지만 한계도 있다. 구글은 2008년 ‘독감(플루) 트렌드’를 선보였지만 2013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발표한 공식 집계보다 2배 넘는 독감 환자수를 예측하면서 2015년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국내에선 데이터 공개가 제한적이어서 수리모델 연구에 어려움을 준다는 지적도 있다. 유석현 건양대 교수는 “정부는 환자가 확진된 날짜만 제공하는데 감염재생산지수를 찾으려면 증상이 나타난 날짜가 필요하다”며 “연구자들이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확진자 동선 데이터를 일일이 찾아 헤매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김민수 reborn@donga.com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재택근무#코로나19#방역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