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이기는 선거’를 하라[오늘과 내일/정연욱]

정연욱 논설위원 입력 2020-09-01 03:00수정 2020-09-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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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눈높이 외면한 선명성 경쟁 폐해
시대 흐름에 발맞춘 변화·쇄신 나서야
정연욱 논설위원
2012년 4월 19대 총선 당시 야권은 진보좌파 연대를 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공개적으로 정책연합을 했고, 공천 지분까지 나눴다. 무조건 합치면 이긴다는 계산 아래 통합진보당이 연대의 주도권을 쥐었다. 이러다 보니 민주당은 적자(嫡子)를 자처한 노무현 정권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까지 뒤흔드는 자기부정의 길을 걸어야 했다. 총선 막판에 터진 김용민의 막말도 ‘닥치고 좌파 통합’의 민낯을 드러냈다. 업그레이드 없는 연대의 결과는 질 수 없다는 선거의 패배였다.

5개월 전 4·15총선 당시 야권 통합도 비슷한 경로였다. ‘반(反)문재인’ 전선으로 뭉치기만 하면 끝이라는 생각에 민심의 역동성을 멋대로 재단했다. 황교안 대표 체제는 주도권을 쥐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몰입했고, 장외 극단적 우파진영과 손을 잡았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여당의 일방통행에 염증을 느끼지만 야당도 신뢰할 수 없다는 국민들의 엄중한 심판이었다.

정치권에서 선거는 참가에 의미를 두는 게임이 아니다. 권력을 쟁취해야 하는 정당에 선거 승리는 사활이 걸린 문제다. 이를 위해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체질 개선, 시대 흐름에 부응하는 쇄신과 혁신이 필수적이다.

영국 노동당은 1979년 총선부터 보수당에 연전연패했다. 등 돌린 유권자들을 되돌리기 위한 변화의 모멘텀이 절실했다. 그래서 1983년 총선 패배 후 노동당 당수가 된 닐 키넉은 당의 엠블럼을 극좌 세력의 상징이었던 붉은 깃발 대신 붉은 장미로 바꿨다. 하지만 4년 뒤 총선에서 다시 패배했다. 상징물만 바뀌었을 뿐, 국민들을 감동시킬 만한 비전과 정책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제3의 길’을 내건 토니 블레어는 노동당의 상징이었던 ‘거대기업 국유화’ 조항 등을 폐지했고, 보수당 정책도 과감히 수용했다. 노동당 연패 행진에 마침표를 찍기까지는 18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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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어의 중도화 전략에 밀린 보수당도 패배의 늪에서 벗어나는 데 13년이 걸렸다. 숱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과거 보수당이면 상상할 수도 없었던 파격적인 정책을 내건 데이비드 캐머런의 중도화 전략이 주효했다. 상대 진영의 실정과 오만도 변수였지만 자신들의 쇄신과 변화가 결국 승부를 갈랐다는 분명한 메시지다.

제1야당이 당명을 통합당에서 ‘국민의 힘’으로 바꾼다. 하지만 당명을 아무리 그럴듯하게 포장한다고 해도 채울 내용이 변변치 않으면 어떤 감흥도 없을 것이다. 문재인 정권이 집권한 지 3년이 지났는데도 뚜렷한 정책적 성과도 없이 오만스러운 독주를 한다고 해서 민심은 무조건 야당 편이라는 안이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대통령 탄핵 이후 연이은 선거 패배로 지금 야당은 국민들로부터 ‘메신저 거부’를 당한 상태다. 여권에 대한 민심 이반으로 일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추세가 반짝 반등했다고 해서 우쭐할 처지가 아니다.

결국 야당의 쇄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 과제다. 더 새로워지고, 지지층의 외연을 더 확장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모든 정책을 보수와 진보 두 갈래로 두부 자르듯 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영국 보수-노동당의 쇄신에서 보듯이 시대 흐름에 맞는 ‘정책 믹스(mix)’는 피할 것이 아니라 더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양극화 해소를 포함한 여성, 환경 등 진보적 가치도 과감히 받아들이는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 이기는 선거를 위한 전략적 과제다.

변하지 않으면 보수나 진보 모두 수구일 뿐이다. 수구는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 통합당의 변신, 쇄신은 이제 겨우 시동을 걸었을 뿐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정연욱 논설위원 jyw11@donga.com
#제1야당#미래통합당#당명 변경#국민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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