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서 별 보고… 나무 아래로 소낙비 피하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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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시인 ‘은하수를 건넜다’ 출간

자연과 삶을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고 노래하는 김용택 시인. 동아일보DB
자연과 삶을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고 노래하는 김용택 시인. 동아일보DB
‘강가 느티나무 아래 앉아/땅에 떨어진 나뭇가지를/톡톡 분질러 던지며 놀았다/소낙비가 쏟아졌다/커다란 나뭇가지 아래 서서/비를 피했다/혼자다.’

김용택 시인(72)의 새 동시집 ‘은하수를 건넜다’(창비)에 실린 시 ‘혼자였다’다. 코로나19로 사람들과 가까이 하지 못하는 지금, 가슴에 더 와 닿는 시들이 많다. 절판된 시집 ‘내 똥 내 밥’에서 시 여러 편을 가져와 새로 써서 담았다.

김 시인은 머리말에서 “내가 사는 산골 마을에 어린이가 사라진 지 오래됐다. 어린이가 없는 마을은 정말 심심하다. 그 심심함이 시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2020년은 지구와 자연, 그리고 생산과 소비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특별한 해”라며 “작고 낮고 느리게 살게 하는 농사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시인은 산골에서 달팽이를 내려다보며 앉아 있기도 하고 참새들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혼자 논다. 외로움보다는 자연 속에서 혼자 놀기에 단련된 느긋함, 옛 기억을 떠올리는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별을 보러/마당에 나갔다./은하수가 길게 흐른다./양말을 벗고/바지를 걷어 올리고/신발을 벗어 들고/은하수를 건너갔다가/다시 건너왔다./첨벙첨벙 은하수 물은/얕았다.’

표제작 ‘은하수를 건넜다’는 하얀 은하수를 하염없이 올려다보며 맑은 밤공기를 한껏 들이마신 후 쏟아낸 듯하다.

향토어로 나눈 대화를 실감나게 담은 ‘장날’, 논두렁을 따라 집에 가다 만난 개구리들을 묘사한 ‘개구리’, 같이 일하고 먹고 놀며 거짓말 하지 않고 살았던 시절을 노래한 ‘옛 마을’ 등 자연과 사람살이를 편안한 언어로 해사하게 그렸다. 수명 작가가 연필로 그린 그림은 수묵화처럼 은은한 여운을 남긴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김용택 시인#은하수를 건넜다#새 동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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