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스페이스X… 민간기업 소형 우주발사체 개발 길 열렸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0-08-03 03:00수정 2020-08-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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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연료제한 미사일 지침 개정
한미 미사일 지침이 개정되면서 한국도 고체로켓을 개발해 소형 위성을 쏘아올릴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일본의 고체로켓 ‘입실론’이 2018년 발사되는 모습.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 제공
지난달 28일 한미 양국은 한국의 우주발사체(로켓)에 대한 고체연료 사용 제한을 해제하는 내용을 담은 새 미사일 지침에 합의했다. 한국이 지대지 탄도미사일인 ‘백곰’ 개발에 성공한 이듬해인 1979년 지침이 처음 만들어진 이후 41년 만에 고체연료 사용 제한이 풀린 것이다. 우주 전문가들은 앞으로 고체연료를 사용한 다양한 우주발사체 개발과 생산이 가능해져 한국에서도 스페이스X와 로켓랩 같은 민간 우주기업이 등장할 발판이 마련됐다고 평가한다.

○ 고체로켓, 제작 간단하고 효율도 좋아

우주발사체는 인공위성이나 우주망원경, 탐사선을 우주 궤도에 실어 나르는 유일한 운송수단이다. 발사체의 추진 엔진만 따로 로켓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로켓 엔진은 지구 대기권과 우주를 비행하는 추진력을 내는 발사체의 핵심 기술이다. 연료와 산화제를 엔진 내부에서 태울 때 나오는 고온 고압의 가스가 분출하는 힘으로 몇백 kg에서 몇 t에 달하는 탑재체를 우주로 실어 나른다.

미국과 러시아,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우주개발 선진국이 개발한 우주발사체는 연료 종류에 따라 액체로켓과 고체로켓으로 나뉜다. 고체로켓은 액체로켓보다 구조가 간단해 제작하기 쉽고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이 저렴하다. 강경인 한국연구재단 우주기술단장은 “고체로켓은 액체로켓보다 연료 공급장치와 발사대 지상설비가 단순하고 선체가 가볍기 때문에 효율이 좋다”며 “제작 비용도 액체로켓의 10분의 1 정도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발사 과정이 단순하다는 점도 고체로켓의 장점이다. 액체로켓은 산화제인 액체산소와 연료를 쓰는데 극저온 상태를 유지한 채 발사 수일 전부터 주입해야 한다. 연료 주입에 시간이 걸려 첩보위성의 눈을 피하기 어려워 군사용으로는 사용하기 어렵다. 반면 고체로켓은 언제든 발사가 가능해 군용 미사일 기술로 많이 사용돼 왔다. 강 단장은 “고체로켓은 연료를 넣은 상태로 보관이 가능하다”며 “발사 대기 시간이 짧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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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액체로켓도 장점이 많다. 필요할 때 엔진을 켜고 끌 수 있어 로켓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정지궤도 위성이나 달 궤도선을 쏘아 올릴 때 사용하는 대형 우주발사체의 경우 제어가 쉬운 액체로켓을 주로 쓰고 고체로켓을 부스터(보조용 로켓)나 상단의 추력을 높이는 데 사용한다.

대다수 국가들은 혼합형 발사체를 활용한다. 1단과 3단은 고체로켓, 2단과 4단은 액체로켓을 쓰는 인도 발사체 PSLV가 대표적이다. 유럽우주국(ESA)의 우주발사체 ‘아리안’, 일본의 ‘H2’도 고체로켓을 부스터로 활용한다.

○ 민간 우주발사체 연구개발 활성화 기대

그동안 세 차례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으로 고체로켓의 사거리와 탑재체 중량은 늘어났지만 총추력은 100만 파운드·초로 줄곧 제한됐다. 1파운드·초는 1파운드(약 450g)짜리 물체를 1초 동안 추진할 수 있는 힘으로, 100만 파운드·초는 500kg 무게의 물체를 고도 300km까지 운반할 수 있는 수준이다.

2013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한국 최초 발사체인 나로호 상단에도 고체로켓을 사용했지만 미사일 지침에 따라 초당 8t급 추력을 내는 데 그쳤다. 2017년에 이뤄진 개정에서도 고체로켓의 사거리를 800km로 정했으나 우주발사체용 추력 개정은 없었다.

이번 지침 개정으로 고체로켓을 이용해 지상감시·통신용 소형 발사체 연구개발(R&D)은 물론이고 민간 우주산업 생태계가 활성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강 단장은 “우주 분야 스타트업 기업이나 고체연료를 활용한 연구용 발사체를 개발하는 연구자에게는 연구 기회가 확대됐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제작이 단순하고 저렴한 고체로켓의 민간 개발이 활발하다. 중국의 경우 국영기업인 항톈과학공업그룹에서 분사한 스타트업 아이스페이스와 엑스페이스, 갤럭틱에너지가 개발에 뛰어들었다. 미국 스타트업 아드라노스는 발사 시 나오는 유해 성분을 줄인 고체로켓을 개발해 올해 2월 100만 달러(약 12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다만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한국에서는 100km 이하 사거리를 가진 연구용 과학로켓(사운딩로켓)을 발사하는 데도 발사 부지, 공역 사용 등의 수많은 허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민간 스타트업으로 국내 첫 소형 우주로켓 발사를 준비 중인 신동윤 페리지항공우주 대표는 “민간 기업의 우주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며 “인허가 규제 등을 재검토하는 논의도 촉발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재원 jawon1212@donga.com·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고체로켓#소형우주발사체#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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