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의 표피에서 깊이를 발견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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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유창 교수가 펴낸 ‘건축, 감각의 기술…’ 세계 건축물 37개 외피 분석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노드파크 케이블철도역. 8mm 두께 곡면유리판을 이음매가 노출되지 않도록 조립해 ‘움직이는 유체’의 느낌을 살렸다. 공간서가 제공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노드파크 케이블철도역. 8mm 두께 곡면유리판을 이음매가 노출되지 않도록 조립해 ‘움직이는 유체’의 느낌을 살렸다. 공간서가 제공
표피라는 단어와 대상은 쉽게 오해받곤 한다. 아마 ‘표피적’이라는 표현 때문일 것이다. 무엇에든 깊이 파고들 짬이 쉽사리 허용되지 않는 시대를 허겁지겁 지나고 있으면서도 이 말에 대한 선입견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최근 발간된 ‘건축, 감각의 기술: 감각의 건축을 위한 내시경적 탐독’(공간서가·사진)은 건축물의 표피에 천착한 책이다. 저자인 전유창 아주대 건축학과 교수는 서문에 “건축의 외피는 건물의 안과 밖을 나누는 기능적 장치이자, 외부 세계와 건물이 만나는 경계의 표면”이라고 적었다. 어떤 건축물을 마주 접한 인간의 감각이 가장 먼저 감지하고 인식하는 것은 그 건물의 윤곽을 규정한 표피이며, 그 ‘껍데기’의 본질이 결코 가볍거나 얄팍하지 않음을 미리 밝혀둔 것이다.

20여 년 동안 답사해 온 세계 곳곳의 건축물 가운데 37개를 선별해 관능, 촉감, 풍화 등의 주제로 분류하고 각각의 감각적 현상에 대해 기술했다. 각 장의 사진에는 세심하게 촬영해 신중하게 선별한 기색이 역력하게 드러난다.

요지로 여길 만한 부분을 가까이 당겨 뚜렷이 보여주면서도, 주변의 주요 건물을 요령 있게 함께 담아내 건축물이 결코 외따로 존재하지 않으며 도시와 사회의 맥락에서 표피의 재질과 성격이 정해졌음을 자연스럽게 알려준다. 구조, 디테일, 재료 등에 대해 필요한 도면과 함께 기술적 설명을 더했지만 과하지 않게 요점만 짚었다.

“가벼움의 조형언어는 시대의 이상을 반영한다. 그리고 그 실현을 위한 부단한 기술적 노력에 의해 완성된다. 이 시대 건축에서 가벼움은 보존할 가치가 있는 덕목이다. 가벼움은 경솔함, 유약함, 피상성과 같은 부정적 인상을 넘어선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건축 감각의 기술#전유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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