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재정 모자라자… 장병-부인회서 돈모아 마련

성동기 기자 입력 2020-05-23 03:00수정 2020-05-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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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최초 전투함 ‘백두산함’
대한해협해전에서 적함을 격침시킨 ‘백두산함’(PC-701)은 우리 해군 최초의 전투함이었다. 정부 수립 이후 빈약한 국가 재정 때문에 함포가 장착된 군함을 구입할 수 없자 해군은 자체적으로 군함 구입 자금을 모금했다.

대한해협해전 당시 백두산함 갑판사관이었고 이후 백두산함 함장을 지낸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92)에 따르면 장병들이 월급에서 5∼10%를 갹출하고, 부인회에서 삯바느질과 바자회 등으로 돈을 마련해 852만 원을 모았다. 이승만 대통령에게 이 돈을 전달하며 군함 구입을 청원하자 이 대통령이 4만5000달러를 보태 구입을 추진했다.

백두산함은 미 해군이 제2차 세계대전 때 건조한 군함으로 1946년 퇴역해 무장을 해제한 뒤 뉴욕의 해양대 실습선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해군은 1949년 10월 백두산함을 1만8000달러에 사들였다. 백두산함은 하와이에서 3인치 함포를 장착하고 괌에서 포탄 100발을 산 뒤 6·25전쟁 두 달 전인 1950년 4월 10일 경남 진해에 입항했다. 포탄을 100발만 산 것은 돈이 모자라서였다. 백두산함은 대한해협해전, 인천상륙작전, 서해도서 수복작전 등 6·25전쟁 내내 활약한 뒤 1959년 퇴역했다.


백두산함이 승전한 대한해협해전은 6·25전쟁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미 해군연구소는 2007년 ‘백두산함의 승전 이후 부산은 연합군의 최후 보루로 증원 병력과 물자의 주요 도입항이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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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백두산함의 선체는 남아 있지 않다. 최 예비역 대령은 “해군본부에 근무할 때 ‘쇠가 없어서 백두산함을 용광로에 넣었다’는 얘기를 듣고 기겁했다”고 전했다. 그는 공창장에게 전화해 “마스트(돛대·사진)는 미송이다. 그것도 불에 땠느냐”고 물었더니 “모르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다행히 마스트는 쓰레기장에 버려져 있었다. 마스트(등록문화재 제463호)는 현재 해군사관학교에 세워져 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해군 최초 전투함#백두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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