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5·24 조치 사실상 폐기 선언…대북 독자행보 드라이브?

황인찬기자 입력 2020-05-20 18:23수정 2020-05-20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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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한 상응 조치였던 5·24조치를 놓고 “사실상 그 실효성이 상당 부분 상실됐다”고 밝혔다. 북한의 사과가 없는 가운데 정부가 5·24조치를 사실상 폐기 선언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통일부 여상기 대변인은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5·24조치는 역대 정부를 거치면서 유연화와 예외 조치를 거쳐 왔다”며 “정부는 5·24조치가 남북 간 교류 협력을 추진하는 데 있어 더 이상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정부는 남북 관계의 공간을 확대하고 한반도의 실질적인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앞서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두 달 만에 우리 독자적 대북제재로 5·24조치를 시행했다.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 교역 중단을 비롯해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 불허 △개성공단과 금강산 제외 방북 불허 △북한에 대한 신규 투자 불허 △인도적 지원을 제외한 대북 지원 사업 보류 등이다.


정부는 이후 남북 교류 시에 유연화 및 예외 조치들을 실시했다가 이번에 스스로 실효성을 인정하지 않으며 사실상 효력 자체를 잃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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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정부는 5·24조치 해제나 완화를 검토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018년 10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5·24조치를 해제할 용의가 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의 물음에 “관계부처와 검토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 논란이 일자 강 장관은 “범정부 차원의 본격적인 검토는 아니다”라고 정정했다. 5·24조치 시행 9년인 지난해만 해도 통일부는 “정부 입장은 변화가 없다”며 “5·24조치 해제 문제는 남북 관계 및 대북제재 국면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해 나갈 사안”이라고만 했다.


정부가 이번에 5·24조치에 대해 “실효성이 없다”고 밝히고 나선 것은 최근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독자적 남북 관계 드라이브’의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 대북제재에 더 이상 얽매이지 않고 남북 교류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북-미 대화만 바라보지 말고 남북 간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나가자”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한 소식통은 “(이번 5·24조치 관련 메시지는) 시행 10년을 맞아 정부 기관 간에 조율해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북한이 10년이 되도록 천안함 폭침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있고, 유족들의 아픔이 여전한 상황에서 정부가 5·24조치를 사실상 거둬들인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여전하다. 특히 남북 협력 속도를 비핵화 대화와 맞출 것을 요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도 다른 행보여서 미국의 반응이 주목된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정부가 5·24조치를 이번에 사문화시킨 것은 남북 간 교류와 투자를 활성화시키자는 것인데 이것은 기존 유엔과 미국의 대북제재와 상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인찬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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