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의 죽음’ 주민들도 눈물…“못 막은 우리가 죄인”

  • 뉴시스
  • 입력 2020년 5월 11일 15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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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실에 추모 포스트잇 이어져
"새벽에 주차 도와…마음 따뜻해"
"모두 좋아해…주민 99.9% 지지"
"가해자에 합당한 처벌 있어야"
"입주민 갑질 없어져야" 靑 청원

월요일인 11일 오전 8시 서울 강북구의 A아파트. 이곳 주민들이 경비실 앞에 모여 포스트잇을 붙였다. 이 아파트에서 근무하며 입주민 B씨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고소장을 접수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비원 고(故) 최모씨를 추모하기 위한 작은 공간이다.

아파트 입주민들은 지난 10일 최씨가 근무하던 경비실에 이 추모 공간을 마련했다. 시민들은 못다 한 말을 담은 포스트잇을 붙였다. 최씨를 향해 “그립다”거나 그의 선행을 알리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날 뉴시스와 만난 입주민 황모씨는 “최씨가 정신적인 고통이 컸던 것 같다”며 “지난달 21일 이후 갖은 욕설과 폭행에 시달렸다”고 전했다.
다른 입주민도 “B씨가 관리소장에게 가서 ‘왜 아직도 최씨가 근무하느냐’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며 “이토록 힘들게 했던 것이 가슴 아프다”고 했다.

입주민들은 B씨가 최씨를 과하게 괴롭혔다고 입을 모았다. 폐쇄회로(CC)TV를 피하기 위해 최씨를 경비실 화장실에서 때렸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지난달 27일 아파트 경비실에 CCTV가 있느냐고 물은 뒤 화장실에 들어가서 때린 것으로 안다”며 “병원에 데려가 보니 코뼈가 부러진 상태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또 다른 입주민도 “CCTV에 찍히지 않으려고 노력한 것 같다”며 “영상에 찍히지 않았지만 폭언하는 모습을 보았다는 주민도 있다”고 말했다.

B씨는 최씨를 모욕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된다. 주민들 말대로라면 일종의 괴롭히기 위한 수단으로 풀이된다. 한 입주민은 “법적 대응을 준비하면서도 B씨가 ‘고소한다’는 말에 참 힘들어하셨다”고 덧붙였다.

B씨의 폭행 이유가 된 것으로 알려진 이중주차 차량의 이동 문제도 경비원들의 일상적인 행동이었다는 것이 입주민들의 증언이다. 최씨는 한 입주민에게 ‘억울하다. 그동안 도와줘서 감사하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겼는데, 입주민들은 이런 상황이 반영됐다고 보고 있다.

주차 공간이 부족한 A아파트 특성상 이중·삼중 주차가 필요하고, 최씨는 새벽에도 나와 차량을 밀어주는 친절한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차량을 옮겨주는 것은 원활한 주차를 돕는 일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B씨는 자신의 차량에 손을 댔다며 최씨를 밀치고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입주민들과 인근 상인들 모두에게 친절한 사람으로 평가받았다. 김모(43)씨는 “아파트 입주민들 모두가 최씨를 좋아했다”며 “99.9% 주민들이 최씨를 지지했다”고 말했다.

한 입주민은 “새벽 2시에도 차가 들어오면 달려와 이중 주차된 차량을 밀어주시던 분”이라며 “하루 종일 근무하셔서 피곤하실 텐데도 자신이 할 일을 끝까지 찾던 분”이라고 떠올렸다. 이른 아침이면 아파트는 물론이고 아파트 앞 도로와 상가주변까지 청소했다고 한다.

포스트잇을 붙이기 위해 이곳을 방문한 한 입주민은 “꽃을 보면 사랑한다고 말할 정도로 마음이 따뜻한 분이었다”며 가슴 아파했다. 또 “홀로 두 딸을 키운 것으로 안다”며 “유독 주민들을 살갑게 대하는 분이셨다”고 했다.

이날 추모 공간을 찾은 이들은 눈물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가해자에게 합당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 “입주민의 갑질은 이제 끝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을 아파트 주민이라고 밝힌 이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저의 아파트 경비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청원인은 “경비 아저씨도 한 가정의 사랑 받는 소중한 할아버지 남편 아빠”라며 “입주민의 갑질은 없어져야 한다”고 했다.

※정신적 고통 등 주변에 말하기 어려워 전문가 도움이 필요하다면 자살예방상담전화(1393), 자살예방핫라인(1577-0199), 희망의 전화(129), 생명의 전화(1588-9191), 청소년 전화(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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