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쇼크에…“항공기 임대업서 대형 국적기 위주 투자 관심”

  • 뉴시스
  • 입력 2020년 5월 11일 07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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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임대업계, 코로나19 사태에 양극화 현상 벌어져
크리엔자 "보수적 접근하는 韓업체 투자방식 주목 받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향후 항공기 임대업 시장에서 투자자들의 투자 방식에 변화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최상위 항공사에 몰아 투자하는 보수적 투자 방식이 가장 타격을 입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항공기 리스업은 안정성이 높은 투자 방식으로 여겨져 리스 전문업체 뿐만 아니라 금융회사들도 지분투자 및 대출 형태로 잇달아 진출해 왔다. 항공기 임대업은 리스사가 대신 항공기를 구매해 항공사를 빌려주는 형태다. 보통 리스사가 항공기를 소유하는 형태로, 항공사는 재무제표에 자산과 부채로 기록되지 않아 이같은 방식을 선호한다.

세계 1위 항공기 리스사인 ‘에어캡’에는 세계적 금융회사 웰스파고, 도이체방크, UBS, 노무라 등이 지분을 투자했다. 2위 업체 ‘BBAM’에는 모건스탠리가 주주로 있으며, 일본 미쓰이스미토모은행(SMBC)은 2012년 자회사 ‘SMBC 에비에이션 캐피털’을 세웠다.

국내에서는 항공기 관련 금융에 간접 투자는 진행됐지만, 아직 항공기 임대 사업자는 지난 2016년 세리토스홀딩스와 IMM 인베스트먼트가 조인트벤처로 설립한 크리엔자항공이 유일하다. 크리엔자항공은 내부적으로 국적기를 운항하는 항공사만 거래하는 투자 가이드라인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고객사는 싱가폴 항공, 에미레이트 항공, 카타르 항공, 에티하드 항공 등 글로벌 우량 항공사 뿐이다.

항공기 임대업은 코로나19 사태 이전만 해도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안정적 수익을 담보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로 여겨졌다. 전 세계적으로 항공산업의 안정적 성장세가 지속되면 항공기 대수도 꾸준히 늘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앞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STATISTA)는 2018년 기준 7880대인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항공기 대수는 오는 2038년에 이르면 1만9420대로 2.5배가량 늘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사태가 불거지며 이전과는 다른 양상이 펼쳐졌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항공사들이 고사 위기에 놓이며 금융기관에 원리금 분할 상환을 연장해달라는 요청이 빗발친 것이다.

이에 따라 항공기 임대업계에서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게 됐다. 대다수 리스사는 고객사를 다양하게 분산했는데, 막상 코로나19 사태가 닥치자 글로벌 우량 항공사와의 계약만 큰 타격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수적 포트폴리오를 지닌 국내 업체의 경우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었다고 한다. 크리엔자항공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에 입은 타격은 거의 없는 수준”이라며 “이에 세계에서도 한국 업체의 전략에 주목하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존에는 한국 금융시장에서 항공기 투자가 몇몇 대형 국적 항공사에 쏠림 현상이 있다는 게 상당히 보수적으로 여겨졌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오히려 강한 항공사만 남게 되면서 투자자들의 투자 행동에도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대다수 국가에서 항공 산업은 국가 기간 산업이므로 대형 위기에 처했을 경우 국가의 신속한 지원이 이뤄진다. 미국은 총 580억 달러(약 74조원) 규모의 보조금 및 대출지원을 결정했고, 독일은 국적기(루프트한자) 금융지원을 무한대로 설정했다.

프랑스는 450억 유로(약 60.5조원)의 금융지원, 싱가포르 133억 달러(약 16.4조원)의 금융지원을 비롯해, 중국·대만·독일·영국·호주·뉴질랜드 등 대다수 국가들이 자국 항공산업 파산 방지를 위한 긴급 금융지원을 실시했다. 또한 글로벌 은행 및 금융기관도 대형 국적기 또는 시장영향력이 큰 항공사 위주로 추가 대출 등을 지원에 나섰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항공기 리스업에 대한 투자 접근이 항공사 한도, 기종에 대한 선별적 접근으로 변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형 국적기 위주의 투자 방식도 이번 코로나 사태로 검증을 받게 됐으며, 국적기 위주의 투자 방식이 향후 항공기 투자의 기본 방식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크리엔자항공 관계자는 “일본 금융기관에서도 이번 사태에 대해서 너무 여러 곳으로 분산된 익스포져(exposure)가 리스크였다고 판단했다고 한다”라며 “차라리 프라임 항공사 몇 곳으로 몰아 투자하는게 안전하다는 교훈을 한국 업체로부터 배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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