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 올림픽金 오진혁 “어깨야, 1년만 더 버티자”

  • 뉴시스
  • 입력 2020년 4월 12일 09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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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양궁 최초 올림픽 남자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어깨 통증 심각해 은퇴 권고 받아…회전근 4개 중 1개만 남아
"영광스러운 올림픽, 마지막으로 한 번 서고 싶어"

한국 남자 양궁의 맏형 오진혁(39·현대제철)이 어쩌면 마지막이 될 도쿄올림픽을 위해 1년 더 활시위를 당긴다.

올해 7월 예정이었던 도쿄올림픽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탓에 내년으로 미뤄지면서 올림픽만 보고 구슬땀을 흘렸던 국가대표 선수들은 고된 훈련을 1년 더 버텨야 한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양궁 사상 최초로 남자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건 오진혁도 마찬가지다.

그는 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 동메달 1개,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 4개, 은메달 2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딴 세계적인 선수다.

오진혁은 12일 “(도쿄올림픽 연기가) 아쉽지만 결국 안전과 건강이 최우선이다.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국가대표 선발전에 맞춰 기술 훈련에 집중해왔지만 이제 1년을 다시 해야 한다. 체력 훈련의 강도를 높이려고 한다”고 했다.

양궁 대표팀을 비롯한 국가대표 선수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올림픽 연기로 진천선수촌에서 퇴촌했다. 개별 훈련으로 시간을 보낸다.

오진혁은 외부인의 통제가 철저한 가운데 소속팀 현대제철 종합운동장에서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그에게 도쿄올림픽은 특별하다. 우리나이로 마흔, 사실상 마지막 올림픽이다. 특히 은퇴 기로에서 현역 생활을 이어가기로 한 그에게 마지막 목표나 다름없다.

런던올림픽을 1년 앞둔 2011년 여름 오른쪽 어깨 통증이 시작됐다. 고통을 참으며 런던올림픽과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최고의 성과를 냈지만 대가는 비쌌다. 어깨 회전근 4개 중 3개가 끊어져 1개만 남았다. 하나 남은 회전근도 80%가량이 파열된 상태.

오진혁은 “런던올림픽과 인천아시안게임 때만 해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었다. 2017년 여름에 국군체육부대로 전지훈련을 갔는데 어느 날 갑자기 활이 당겨지지 않았다. 급격히 악화된 것이다”며 “병원에서 검진을 받았더니 의사선생님께서 ‘은퇴하라’고 했다. 심적으로 힘들었고,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고 했다.

마지막 남은 회전근은 언제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계속 활을 쏘다가 더 심해지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고 했지만 재활과 근육 보강 운동으로 버티고 있다. 마지막이니까 끊어져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올림픽에 대한 열망이 그만큼 강하다. 오진혁은 런던올림픽에서 활짝 웃었지만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하지 못해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는 가지 못했다.

오진혁은 “일단 마지막이라는 생각보다 올림픽이라는 무대에 꼭 다시 한 번 서고 싶다는 열망과 목표가 강하다. 어린 시절 꿈도 올림픽 금메달이 아닌 올림픽 출전이었다”며 “올림픽은 무게감이 많이 다르다. 상당하다. 어려운 줄 알지만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그 기분을 느끼고 싶다. 영광스러운 자리이기 때문이다”고 했다.

대한양궁협회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달 예정됐던 국가대표 3차 선발전을 무기한 연기했다. 모든 일정이 중단된 상태로 재개 시점을 알 수 없다.

한국 양궁은 도쿄올림픽 출전권 6장(남녀 각 3장)을 모두 획득했다. 남자부 3위 안에 들어야 도쿄에 갈 수 있다.

오진혁은 “언제 대회가 열려도 좋은 컨디션에서 국가대표 선발전을 치를 수 있도록 훈련 집중력을 더 높이겠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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