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이기진]음식관광 전략, 지금부터 준비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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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진 대전충청취재본부장
이기진 대전충청취재본부장
‘빵’ 브랜드 하나가 대전 관광을 석권했다. 대전시가 ‘대전방문의 해’(2019∼2021년)를 계기로 ‘2019 대전관광실태’를 조사한 결과 외지 방문객이 가장 많이 찾은 곳은 빵집 ‘성심당’이었다.

대전시의 ‘8경(景)’이 있고 5개 구청마다 ‘8경’ 또는 ‘10경’이 있지만 성심당은 이 모든 명소를 제치고 가장 많이 찾고, 가장 찾고 싶은 관광지가 됐다. 1956년 창업한 성심당은 오로지 대전에만 4개 매장이 있다. 중구 은행동 본점에만 하루 1만여 명이 방문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성심당을 방문하는 외지인은 대표 브랜드인 ‘소보루빵’을 찾는다. 잘 발효된 밀가루 반죽에 팥 앙금을 푸짐하게 넣고 기름에 튀겨낸 1500원짜리 빵 하나가 수백억 원을 쏟은 다른 관광지보다 더 인기를 끌었다.

대전시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음식을 관광자원으로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만시지탄이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식도락 여행은 관광객을 모으는 핵심 콘텐츠다. 국내 여행객 중 음식 때문에 여행을 떠나는 비중은 2015년 19.3%에서 지난해에는 22%를 훌쩍 넘었다(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체육관광부의 ‘2018 국내 여행 실태조사’에서는 여행 지출비 중 음식비(39.2%)가 숙박비(11.0%)의 3배를 넘는다. 그래서인지 국내 많은 도시들은 ‘식도락 여행지’ ‘맛의 도시’라는 이름으로 관광객을 유혹하고 있다. 관광객을 겨냥한 ‘식도락 여행’ 책자를 발간하는 자치단체도 늘고 있다.

대전시는 어떤가. 2018년 330만 명이던 외지 관광객을 ‘대전 방문의 해’가 종료되는 2021년까지 1000만 명으로 늘리겠다면서 음식관광 전략은 전무했다.

외지인이 가장 선호했던 ‘(엑스포)다리 위의 향연’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국내 도시에선 유일하게 매년 우송대 우송정보대 대전보건대 대전과학기술대 배재대 대덕대 등 6개 대학에서 청년 셰프가 수백 명씩 배출되지만 이들의 전략적 활용 방안은 없다. 이외에 칼국수 등 대전 특색 음식의 브랜드 전략, 과학도시 성격과 어울리는 음식 개발 등도 필요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지금은 ‘관광’이라는 말조차 꺼내기 쉽진 않지만 언젠가 해소될 때 국민들의 관광 욕구는 폭증할 것이다. 음식을 테마로 한 관광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면 대전시는 지금 백조의 발처럼 수면 밑에서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이기진 대전충청취재본부 doyoce@donga.com
#대전관광실태#빵집#성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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