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착륙 계산 ‘인간 컴퓨터’ 캐서린 존슨 타계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0-02-26 03:00수정 2020-02-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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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히든 피겨스’ 실제 주인공… 인종차별 딛고 최고 수학자 활약
NASA “선구적 업적 영원히 기억”
캐서린 존슨(아래)이 2015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 자유훈장을 수여받는 모습. 워싱턴=AP 뉴시스
영화 ‘히든 피겨스’의 실제 주인공인 캐서린 존슨이 24일 오전(현지 시간) 10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히든 피겨스는 인종 차별이 극심하던 1950년대에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 수학자들이 차별을 딛고 미국항공우주국(NASA)에 입성해 미국 최초의 유인 우주비행과 유인 달 탐사 임무를 성공으로 이끈 실화를 다룬 2016년 영화다.

제임스 브라이든스틴 NASA 국장은 24일 NASA 홈페이지를 통해 그의 부고를 전하며 “NASA의 초창기 발전을 일군 리더를 잃게 됐다”고 애도했다. 그는 “존슨은 미국의 우주 활동 영역을 넓혔을 뿐만 아니라, 여성과 유색인종이 우주 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었다”며 “NASA는 그의 선구적인 업적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1918년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 태어난 존슨은 만 18세에 웨스트버지니아주립대 수학과를 최고 학점으로 졸업한 뒤 공립학교에서 아프리카계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됐다. 21세에 웨스트버지니아대의 수학과 대학원에 아프리카계 미국인 최초로 진학했지만, 결혼과 함께 대학원을 그만두고 세 아이를 키우는 주부로 살아야 했다.

오랜 경력 단절 뒤인 1952년 인생이 바뀌었다. NASA의 전신인 미국국립항공자문위원회(NACA)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으로 이뤄진 전문 계산원 팀을 꾸린다는 소식을 듣고 이듬해 NACA 랭글리연구센터에 입사했다. 당시는 성능 좋은 전자식 컴퓨터가 없던 시기로, NASA조차 복잡한 항공 우주 계산을 인간 계산원(컴퓨터)에게 의존하고 있었다. 주로 값싼 인건비를 주고 고용할 수 있는 여성 수학자가 맡았다. 존슨은 최초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컴퓨터 중 한 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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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에 항공 분석을 맡던 그는 1958년 NASA가 출범하자 우주 개발 임무에 투입됐다. 1961년 우주인 앨런 셰퍼드의 미국 최초 유인 우주탄도비행과 1962년 존 글렌의 미국 최초 유인 우주궤도비행, 1969년 아폴로 11호의 인류 최초 유인 달 탐사 등의 계산이 그의 손에서 이뤄졌다. 특히 글렌이 NASA가 새로 도입한 전자식 컴퓨터의 계산을 믿지 못해 존슨에게 손으로 다시 검산해 줄 것을 부탁한 일화가 유명하다.

존슨은 1986년 은퇴한 뒤에도 우주왕복선 등 임무에 꾸준히 참여했다. 그늘에 가려져 있던 그의 업적은 2015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그에게 미국 최고의 시민상인 대통령자유훈장을 수여하고, 극적인 삶이 영화화되며 비로소 널리 알려지게 됐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캐서린 존슨#히든 피겨스#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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