꺽다리=장타자?… 美-유럽투어 선수들 ‘키-비거리’ 관계 분석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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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공이 정말 쭉쭉 날아가네. 어디까지 가려나?”

2015년 10월 프레지던츠컵이 열린 인천 잭니클라우스골프클럽. 장타자 더스틴 존슨(미국)의 드라이버 티샷을 본 갤러리 사이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193cm의 장신인 존슨의 호쾌한 샷은 300야드를 훌쩍 넘겼다. 키가 170cm대 초반인 한 갤러리는 “나도 존슨처럼 키가 크면 비거리 걱정 없이 스코어를 줄일 텐데…”라며 부러움을 표시했다. 이는 근거가 있는 말일까.

최근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가 1983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40라운드 이상 소화한 미국과 유럽 투어 선수들의 데이터를 분석한 ‘비거리 보고서’에 따르면 대체로 키가 클수록 공을 멀리 보내는 데 유리했다.

2009년부터 10년 동안의 결과를 보면 2012년 유러피안투어를 제외한 모든 해에 드라이브 비거리 톱10 선수의 평균 신장이 전체 선수 평균 신장보다 컸다. 2018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는 비거리 톱10 평균 신장이 전체 평균(182.1cm)보다 4.6cm 더 컸다. 유러피안투어도 전체 평균(181.6cm)보다 비거리 톱10 평균 신장이 3.9cm 더 컸다. 장신일수록 스윙 궤적이 크고, 이는 클럽 헤드 스피드의 증가로 이어져 비거리가 늘어난다는 분석이다. 골프다이제스트에 따르면 2018년 비거리 6위(314야드) 존슨의 클럽 헤드 스피드는 시속 121마일로 PGA투어 평균(시속 114마일)보다 빨랐다.

다만 장신 장타자라는 점이 좋은 성적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비거리 보고서에 따르면 역대 상금 톱10의 평균 신장 조사 결과 PGA투어는 2017년, 유러피안투어는 2012, 2013, 2016년에 상금 톱10의 평균 신장이 전체 평균 신장보다 작았다.

이번 조사 결과가 키와 비거리의 관계에 대한 정답이 될 수는 없다. ‘꺽다리=장타자’의 공식이 성립할 가능성은 높지만 다양한 노력을 통해 신체 조건의 핸디캡을 극복하는 선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2018시즌 PGA투어 비거리 11위(311.8야드)를 기록한 저스틴 토머스(미국)는 투어 평균 신장보다 작은 178cm다. 하지만 그는 두 발로 땅을 박차는 듯한 ‘까치발 스윙’으로 장타자 반열에 올랐다. 지면을 딛는 하체의 힘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으로 비거리를 늘린 것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의 평균 신장(시드권자 기준)은 166cm다. 이 때문에 지난 시즌 드라이브 비거리 4위 이승연(160cm·252야드)과 11위 이다연(157cm·247야드)은 ‘작은 거인’으로 불린다. 이승연은 겨울 훈련 때 스쾃을 70kg까지 드는 등 꾸준한 근력 운동으로 비거리를 늘렸다. 그는 “엉덩이 근육과 탄탄한 팔 근육이 장타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축구 선수 출신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근력을 키워 온 이다연은 스윙 스피드를 국내 여자 평균(시속 90마일)을 웃도는 100마일 가까이로 끌어올려 장타력을 키웠다.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의 대표적 장타자 김봉섭(173cm)도 투어 평균(177.7cm)보다 키가 작다. 꾸준한 웨이트트레이닝으로 한때 허벅지 둘레가 27인치에 달했던 ‘근육맨’ 김봉섭은 탄탄한 근력을 바탕으로 한 강한 임팩트에 힘입어 2018년 2년 연속 장타왕에 오른 뒤 지난해에는 2위(302야드)를 기록했다. 김봉섭은 “둔부와 허벅지 근육을 강화하면 안정적인 허리 회전이 가능해져 거리가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더스틴 존슨#저스틴 토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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