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cm의 훤칠한 키, 사슴같이 큰 눈, 오뚝한 코, 농구 ‘DNA’까지 안 닮은 게 없다. ‘뼈란트’(깡마른 미국프로농구 스타 케빈 듀랜트 같다고 해서 붙은 별명)라고 불릴 정도로 빼빼 마른 몸까지…. 5일 경기 용인시 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만난 김진영(21·삼성)은 “살이 잘 안 찌니 신체 밸런스라도 잘 잡으려고 열심히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며 웃었다.
1980, 90년대 ‘황새’라는 별명과 함께 무적의 ‘허동택 트리오’로 명성을 떨친 김유택 해설위원(56·현역 시절 197cm, 65kg)의 아들인 김진영의 3일 프로 무대 데뷔전은 “피는 못 속인다”는 말이 딱 맞을 정도로 대단했다. 25분 정도 코트를 누빈 그는 3점슛 3개(성공률 100%)를 포함해 16득점 6리바운드 2스틸로 만점 활약을 펼쳤다. 팀이 허재 전 국가대표 감독(54)의 아들 허훈(24)이 15득점 13도움으로 맹활약한 KT에 83-96으로 패한 게 2% 아쉬웠을 뿐. 하지만 ‘대단한 농구 2세’들의 피 튀기는 대결은 그 자체로 꽤 화제가 됐다. 김진영은 “중학교 시절 너무 긴장해서 망쳤던 경기가 있다. 그 후 어디서든 절대 긴장하지 말자고 다짐했고 (데뷔전에서도) 그렇게 했다. 내 수비가 부족해 팀이 진 게 아쉬웠다. 6일 KT와 다시 맞붙는다. 반드시 이기겠다”고 다짐했다.
농구인 2세뿐 아니라 이복형인 최진수(30)가 오리온에서 활약 중이라 김진영은 여러모로 화제를 몰고 다닌다. 경기 후 최진수로부터 ‘너 뭐냐?’라는 내용이 담긴 문자를 받은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큰 관심을 모았다. 김진영은 “진수 형이나 저나 ‘쿨한’ 성격이라 매일은 아니더라도 평소 연락을 자주 주고받는다. 예상외로 잘해 기특해서 그렇게 말한 것 같다”며 웃었다. 데뷔전을 앞두고도 “형이 ‘농구하는 거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고 조언해줬다”며 말했다.
아직 한 경기만 치른 신인이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게 부담이 될 만하다. 그래도 김진영은 “팬이 있어야 선수도 있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좋은 쪽이라면 뭐든 이야기가 되고 그 일로 팬들이 즐거울 수 있다면 언제든 몸 바칠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신인치고 꽤 의젓하다고 하자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에게 ‘작은 일에 일희일비 말라’는 엄한 말을 많이 들어서…”라며 웃었다.
대학(고려대) 동기생들보다 1년 일찍 드래프트 시장에 나와 김진영은 학교가 있는 서울과 팀 숙소가 있는 용인을 오가며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 이를 두고 누군가는 “하나에만 집중하라”며 따가운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이날도 그는 오후 2시까지 수업을 듣고 4시부터 시작하는 팀 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부리나케 달려왔다. 김진영은 “프로가 됐기에 팀이 우선이라는 생각은 항상 하고 있다. (학업이) 팀에 폐가 될 일이라면 팀과 잘 상의해 휴학이든 다른 방법을 생각하겠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다행히 시작이 좋았어요. 앞으로 이런 모습을 선수 생활 하는 내내 꾸준히 보여드리는 게 제 목표예요. 지켜봐 주세요.”
한편 형 최진수가 속한 오리온은 5일 SK에 60-62로 석패했다. 데뷔전 패배를 맛본 김진영의 승리를 향한 마음도 한층 더 절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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