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에로 영상’ 분노 고조…“여성 공포가 장난인가”

뉴시스 입력 2019-07-25 17:05수정 2019-07-2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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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가구 공포감을 상술로 악용"
경찰, 적용 가능한 법리 검토 중
서울 종로구에서 1인 가구를 꾸리고 사는 여성 이모(30)씨는 한동안 택배 물품을 받을 때 ‘곽두팔’이라는 가명을 썼다. 인터넷에서 본 ’꿀팁’이다. 여자 혼자 사는 티를 내면 위험하니 강한 남성을 연상하는 이름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일명 ‘신림동 사건’ 등 주거침입 후 강간미수를 시도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는 가운데, 지난 24일 논란이 된 ‘신림동 사이코패스 도둑’ 영상(삐에로 영상)이 홍보 목적의 연출로 밝혀지면서 이씨는 “분노와 허탈을 동시에 느낀다”고 했다.

그는 “혼자 사는 여성들이 느끼는 공포가 이렇게 상술로 이용될 일인가 싶다”며 “저 사람(게시자)에게는 이런 범죄가 그저 남의 일이고, 더 큰 공포감을 조성할 수 있는 포인트일 뿐이라는 것도 허탈하다”고 말했다.

택배 대리수령 업체 홍보로 드러난 삐에로 영상을 두고 최근 이어지는 주거침입 범죄에 대한 공포를 상술로 악용해 불안감을 조장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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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구에 사는 김모(30)씨는 “자신의 사업을 키우는 양분으로 사람들의 공포와 불안감을 선택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논란이 된 영상에는 남성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삐에로 가면을 쓴 채 원룸 건물 복도를 서성이다 그 중 한 집 문에 귀를 대고 안에서 새어나오는 소리를 듣거나 잠금장치 해제를 몇 차례 시도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 남성이 집 앞에 놓여 있던 택배를 가지고 간 뒤 안에 있던 사람이 문을 열어 어두운 복도를 살피는 것으로 1분30초 가량의 영상이 마무리 된다.

유튜브에 게시된 이 영상은 24일부터 온라인을 통해 확산됐다. 25일 ‘연출’이라는 단어가 추가됐지만 게시 영상의 최초 제목은 ‘신림동, 소름돋는 사이코패스 도둑 cctv 실제상황’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게시자를 찾아 나선 경찰은 언론보도를 본 영상 속 건물 관리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이날 오전 0시15분께 해당 건물에 사는 게시자 A씨(34)를 임의동행했다.

A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택배 대리수령 회사 광고영상을 만들어 올린 것이며, 뉴스로 논란이 된 것을 알고 해명 영상을 올리려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후 해당 영상에 해명글을 올린 A씨는 “1인 스타트업을 하는 청년”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 “혼자 사는 여성들이 택배 받는 게 두려워 센 남성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불안감을 없애고 싶었다”며 “여성의 불안감과 1인가구의 부재 중 택배 수령을 배송지 공유로 해결하고 싶었다”고 해명했다.

자신의 힘든 사정을 호소한 A씨는 이어 “최근 신림동 주거침입 영상이 충격파를 던져준 것을 기억했다”며 “그런 이유로 CCTV 구도로 택배를 훔쳐가는 영상을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또 “오늘은 비소식이 있어 검은 레인코트를 입은 삐에로를 지인의 자동차 블랙박스를 이용해서 촬영할 계획이었다”며 “무서운 영상으로 ‘이런 무서운 택배 도둑은 없어야 한다’는 식의 콘텐츠를 제작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A씨에게 적용할 법리를 검토하고 있다. 다만 실제 피해가 없어 처벌이 가능할지는 불확실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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