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브레이크’ 풀리는 美-러… 뉴스타트도 폐기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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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INF 이행 중단 서명… 美에 맞서 강대강 맞대응 나서
2021년 협정 종료 앞둔 뉴스타트
美 “러 새 핵무기 적용안돼 문제”… 협정 5년 연장에 부정적 기류


미국과 러시아의 양대 핵감축 협정 중 하나인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이 폐기 수순에 돌입하면서 또 다른 협정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일명 뉴스타트)도 위태로워지고 있다.

핵탄두 보유량을 제한하는 뉴스타트까지 폐기되면 전 세계 핵무기의 90%를 가진 양국이 1972년에 발효된 전략무기제한협정(SALT) 이후 처음으로 핵무기 브레이크가 없는 상황에 놓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4일 INF 이행을 중단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하고 미국에 통보했다. 지난달 미국의 INF 이행 중단 조치에 맞선 대응이다.

러시아는 연일 핵 미사일 긴장을 높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의회 국정연설에서 “미국이 중거리 핵미사일을 유럽에 배치하면 러시아는 미국을 겨냥하는 미사일을 배치하겠다”고 경고했다. 지난달 24일에는 러시아 국영TV 뉴스 앵커가 “펜타곤과 백악관 등을 5분 내로 명중시킬 수 있다”며 도발했다. 뉴스타트는 2021년 협정 종료 시한을 앞두고 미국과 러시아가 5년 연장을 논의 중이다. 러시아는 2020년 미국 대선을 앞둔 올해 연장 협상을 마치고 싶어 하지만 미국은 속내가 복잡하다.

미국은 뉴스타트가 러시아의 새로운 무기 개발을 제한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지난주 미국 상원 무기위원회에 출석한 존 하이턴 미 전략사령관은 “러시아는 새로운 핵무기와 핵전력 무인 잠수함, 크루즈 미사일, 극초음파 핵무기 등을 개발하고 있으며 기존 뉴스타트 조약의 적용을 받지 않으려 한다”며 “미국이 이를 거론하지 않으면 가까운 미래에 위협에 놓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뉴스타트는 러시아의 이런 핵무기 개발을 포함해야 하고 실질적으로 핵무기를 감시하도록 확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INF 파기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뉴스타트가 미국의 일방적 군축이라며 협정 연장에 부정적인 뜻을 밝혀왔다.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대사는 4일 INF와 뉴스타트를 언급하며 “무기 통제뿐 아니라 전략적 안정성 차원에서 현재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며 “미국과 러시아는 위기에 처해 있다. 핵전쟁에서 승자는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미국과 러시아는 대화 자체는 이어갈 계획이다. 4일 조지프 던퍼드 미 합참의장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 합참의장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INF 및 뉴스타트와 관련해 논의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핵#푸틴#in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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