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이 꼬물꼬물…佛 최고 전문가가 빚어낸 ‘내추럴 와인’의 맛은?

이설기자 입력 2019-02-14 15:02수정 2019-02-14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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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생산자 집안의 7세대인 이자벨 르쥬롱은 “가족 일부가 60대에 심각한 질병으로 세상을 등졌다. 화학물질을 사용한 것도 하나의 이유였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2년 전만 해도 일부 힙스터 사이에서 유행하는가 싶더니 삽시간에 강자로 떠오른 와인이 있다. 자연주의를 내세운 ‘내추럴 와인(Natural Wine)’이다.

때마침 맹렬한 내추럴 와인 옹호가인 이자벨 르쥬롱이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프랑스 최초의 ‘마스터 오브 와인’(Master of Wine·와인 최고 전문가)이자 세계 각지에서 와인 행사를 개최하는 와인 계의 슈퍼스타다. 12일 서울 강남구에서 만난 그는 “내추럴 와인을 마시는 건 자연에 대한 존중을 뜻한다”며 “단언컨대 내추럴 와인은 삶을 풍요롭고 지속가능하게 할 우리의 미래”라고 했다.

내추럴 와인이란 기성 와인의 반대말에 가깝다. 자연농법으로 재배한 포도만 사용하며, 이산화황 인공효모 등 첨가물도 일체 넣지 않는다. 그래서 어렵다. 비료를 뿌리지 않아 포도나무에 벌레가 끓거나 실패작인 와인 ‘식초 통’을 끌어안고 좌절하는 일이 다반사다. 하지만 르쥬롱은 이 모든 과정을 자연스러운 생산 과정으로 본다.

“화학물질을 넣으면 보다 안정적인 결과물을 얻을 순 있죠. 하지만 자연적 독창성은 사라지고 말아요. 다양한 땅의 정취를 머금은 와인이 좋은 와인이라고 믿습니다. 미생물이 꼬물대는 살아 있는 와인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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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과 다른 생산 문법은 맛으로 이어진다. 심하면 오줌 맛 또는 마구간 냄새가 난다는 혹평을 듣기도 한다. 이에 르쥬롱은 “고정 관념을 버리고 마시면 와인의 새로운 지평을 만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와인 지식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문화가 아쉬워요. 전문가들의 평가 잣대와 마케팅이 와인이 주는 순수한 즐거움과 감각을 가리는 게 아닌가 합니다. 색과 맛 등 모든 기존의 지식을 버리고 즐겨야 합니다.”

지난해 말에는 르쥬롱이 쓴 책 ‘내추럴 와인’(한스미디어·3만2000원)도 국내 출간됐다. 책에서 그는 ‘내추럴 와인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것이 본래의 와인인데, 오늘날 드문 것이 되어버렸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7800여 년 전 와인의 고향 조지아에서는 그저 포도즙과 기다림으로 와인을 빚었다. 그는 “자연은 영화 ‘아바타’ 속 생명의 나무처럼 하나로 연결돼 있다”며 “불과 100년 사이 사라진 와인 본연의 제조 방식과 맛을 되찾아야 한다”고 했다.

“내추럴 와인은 소규모 와인 생산자가 개성을 담아 만들어요. 책으로 와인을 공부하기보다 지인들과 즐기며 이야기를 나누세요. 솔직한 맛과 느낌을요.”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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