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새 66%나 올라 인건비 폭탄”… 뉴욕 상인들 ‘최저임금 비명’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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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5% 올라 시급 15달러
그동안 경제호황에 반발 크지 않아… 당국도 지역별 차등제 등 충격완화
경기둔화에 소상공인들 부담 커져… 일부 정치인들은 추가인상 주장

미국 뉴욕시의 유명 빵집인 ‘에이미스 브레드’는 올해 인건비만 약 50만 달러(약 5억6000만 원)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새해 뉴욕시의 시간당 최저임금(11명 이상 고용한 사업체 기준)이 15달러(약 1만6800원)로 15.4% 올랐기 때문이다. 7개 점포 210명 직원 중 최저임금 인상 대상자는 약 80명이지만 형평성 때문에 이미 15달러를 받고 있는 직원 임금까지 올려주다 보니 인건비 부담이 커졌다. 에이미 셔버 창업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직원의 급여를 올려주고 싶지만 현실은 그럴 만큼의 여윳돈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8일 뉴욕주 노동부에 따르면 뉴욕시의 시간당 최저임금은 2016년 초 9달러(약 1만80원)에서 지난해 12월 31일 15달러로 3년 만에 66.6% 인상됐다. 2015년 민주당 소속인 앤드루 쿠오모 주지사가 소득 불평등과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해 ‘시간당 15달러 최저임금 인상’에 시동을 걸었다. 당시 뉴욕시 유권자의 77%가 이 같은 최저임금 인상을 지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1월 뉴욕시 실업률이 3.7%로 하락하는 등 경제 호황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거부감은 누그러졌다.

당국은 충격을 줄이기 위해 지역별로 인상 폭에 차등을 두고, 단계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했지만 3년 차가 되자 단기 급등한 인건비가 소상공인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에이미스 브레드는 지난해 말 최저임금이 13달러(약 1만4560원)로 올랐을 때 바게트 가격을 3.20달러에서 3.45달러로 올렸다. 하지만 소비자 부담을 고려하면 매년 값을 올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수익성이 떨어지는 점포를 없애고 창업비용이 싼 지역에 점포를 열거나 새 제빵 기기를 리스해 인건비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브루클린에 있는 리퀴드테크놀로지의 리처드 그린 파트너는 WSJ에 “몇 년 전 (최저임금 인상을) 따져보고 일부 인력을 외주로 했다”며 “최저임금 인상을 지지하지만 너무 빨리, 너무 많이 올렸다”고 말했다. 브루클린의 사하디파인푸즈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동화기기를 늘리고 직원 복리후생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뉴욕시 진보 정치인들과 시민단체들은 추가로 최저임금을 인상할 여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시간당 최저임금 33달러(약 3만6960원)가 필요한 이유’라는 기사에서 “학생 자녀 2명을 둔 가구가 뉴욕시에서 자급자족하며 살아가려면 연간 7만 달러(약 7840만 원), 시간당 33달러의 최저임금이 필요하다”는 분석을 소개하기도 했다.

문제는 앞으로 있을 일이다. 금리 인상으로 이자 비용이 증가하고 경기가 둔화될 경우 단기 급등한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영세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파노스 무르두쿠타스 롱아일랜드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기고한 글에서 “대기업들은 셀프 계산대, 주문 키오스크 등 자동화기기로 최저임금 노동자를 대체하거나 가격을 올려 소비자들에게 비용을 전가할 수 있는 힘이 있다”며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에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인건비 폭탄#뉴욕 상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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