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군사합의 비판은 가짜뉴스”라는 軍의 비뚤어진 언론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2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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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이달 5일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를 열어 9·19 남북 군사합의를 비판한 언론 보도를 ‘가짜뉴스’로 규정하면서 이에 휘둘리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날 발표에서는 남북 군사합의 내용의 문제점을 지적한 기사들을 한데 모은 뒤 영어로 ‘FAKE(가짜)’라고 쓴 빨간 낙인을 찍기도 했다. 표현 방식도 유치하거니와 언론의 정당한 문제 제기를 왜곡해 바라보는 군의 사고방식이 걱정스럽다.

남북 간 긴장 완화를 위한 군사합의 전체가 일각의 주장처럼 ‘우리 군의 눈을 가리고 손발을 묶은 것’이라고 단정할 수만은 없다. 그러나 일부 조항은 발표 직후 북한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무인기(UAV)까지 진입을 금지한 비행금지구역 설정이 대표적이다. UAV를 통해 북한군 동향을 추적하는 군단급 이하의 대북 전술 감시 능력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최전방 정찰 및 탐지 능력의 우세를 상실해 대북 감시 태세가 제약을 받게 된다는 것이었다. 또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나가기로 했지만 정작 북한이 NLL을 인정했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특히 1조 1항에서 앞으로 남북군사공동위원회에서 논의할 사항으로 대규모 군사훈련 및 무력 증강 문제 등을 포함한 것은 북한 핵무기는 그대로인 채로 우리가 우위에 있는 재래식 전력의 약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군 예비역이나 전문가들의 안보 우려를 대변한 언론 보도를 ‘가짜’, ‘거짓말’이라고 낙인찍을 수는 없다. 가짜뉴스로 치부해 언로를 막으려 한다면 향후 남북 군사합의 과정에서 작전상 문제가 있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는 군 내부 분위기가 조성될 우려도 있다.

국가 안보는 0.001%의 전략상 오류도 허락하지 않는다. 만에 하나 정부가 김정은의 선의에 의존한다 할지라도 군은 북한의 능력을 면밀히 측정하고 판단해 안보태세를 확고히 해야 한다.
#남북 군사합의#가짜뉴스#군사훈련#안보#김정은#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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