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몸집 큰 동물의 수가 적은 이유? 먹고 살기 힘들어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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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크고 사나운 동물은 희귀한가/폴 콜린보 지음·김홍옥 옮김/336쪽·1만8000원·에코리브르

먼저 제목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좀 단순하게 정리하면 열역학 제2법칙 탓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동물은 먹이에서 공급받은 에너지의 일부를 주위에 복사열로 내놓는다. 생명 유지에도 열량을 사용한다. 애초에 먹이의 영양분을 모두 소화흡수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몸의 살로 축적한 부분만 위 단계의 포식자가 먹을 수 있다. 먹이 사슬은 생명체를 부양하는 에너지 효율이 썩 좋지 않다. 큰 상어나 호랑이는 그래서 몹시 희귀하다. 그보다 더 큰 사냥 동물은 살아남을 재간이 없다. 먹이사슬의 밑바탕에 있는 식물의 광합성 효율도 생각보다 낮다. 재료로 사용하는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희박하기 때문이다.

1978년 처음 출간됐고, 올해 재출간돼 번역된 생태학 입문자의 참고서 같은 책이다. 식생 지도가 마치 국경처럼 비교적 뚜렷한 경계선을 갖고 있는 까닭, 바다의 대부분이 사막처럼 영양물질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이유, 생물 종이 이토록 다양한 원인을 차근차근 서술한다.

‘생태학’은 생태주의 운동을 뒷받침하는 연구로 오해하기 쉽지만 엄연히 생물과 환경의 관계를 객관적으로 다루는 과학이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동식물학 교수로 일했던 저자(1930∼2016)는 집필 당시 학계에서 정보 이론을 활용해 다양한 종으로 구성된 복잡한 시스템(생태계)이 안정적이라고 주장한 걸 비판했다. 먹이를 빼앗아 생존하려는 동식물과 정보를 자유로이 전달하는 채널은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요즘 분위기와는 온도차가 있지만 온실가스 증가 우려가 지금만큼 본격화되기 이전에 일찌감치 경고를 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저자는 인간이 지구 대기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관측되는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우려했다. 바다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는 하지만 그 속도가 하염없이 더디기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정녕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40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는 그 영향을 체감하고 있다. 요즘처럼 변화가 빠른 시대에 40년을 살아남은 책인 만큼 생태학의 여러 흥미로운 요소를 독자에게 전하는 솜씨가 빼어나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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