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우편향 아니에요”… 중도층 이탈에 ‘좌클릭’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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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국민 50%가 “우편향” 응답
국외전출세 폐지 유보 등 속도조절… 10조원 투입 빈곤대책 직접 발표


좌우를 뛰어넘는 중도 정부를 표방했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정부가 좌우 균형을 맞추기 위한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국민의 눈에 점점 우파 정부로 인식되면서 중도표 이탈이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근 좌클릭 정책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17일 발표된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 조사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는 19%에 불과했다. 부정적인 의견이 60%였다. 마크롱 대통령이 취임 이후 공무원 감축과 복지 축소, 법인세 감면, 노동시장 유연화 등 작은 정부 및 친기업 정책을 펼치면서 ‘부자 대통령’ 이미지가 고착화돼 좌파, 중도표가 대거 이탈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의 50%는 마크롱 정부가 우편향이라고 답했다. 1월 조사 때와 비교해 11%포인트가 늘어났다. 마크롱 정부가 중도라고 답한 응답은 20%에 그치며 8개월 만에 7%포인트 하락했다. 좌파라고 답한 응답은 7%에 불과했다. 이념의 균형추가 오른쪽으로 쏠렸다는 지적을 받는 마크롱 정부는 집권 2년 차를 맞아 친기업 정책의 속도를 조절하며 좌클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재무부 대변인은 16일 “국외전출세(exit tax)를 폐기하는 대신 국외 전출 남용을 막기 위한 법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국외전출세는 세율이 낮은 외국이나 조세피난처로 자산을 옮기는 부자들을 막기 위해 2012년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때 도입됐다. 프랑스에 6년 이상 머물면서 80만 유로(약 10억4800만 원) 이상의 주식이나 채권을 보유하거나 특정 기업의 지분을 50% 이상 가지고 있던 이가 해외로 이주한 뒤 15년 내에 이 자산을 매각하면 최고 30%의 세금을 내야 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5월 미국 경제주간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국외전출세는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부정적인 메시지를 준다며 내년부터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국외전출세 폐지 발언 이후 “최고 부자들을 위한 대통령”(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 등의 비판이 쏟아지자 국외전출세 완전 폐지 대신 해외 이주 내 자산 매각 제한 기간을 15년에서 2년으로 줄이겠다고 한발 후퇴하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13일 사회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4년간 총 80억 유로(약 10조48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빈곤 극복 대책도 직접 발표했다. “운명의 불평등을 막겠다”며 어린이 복지를 강화했다. 빈곤 지역에는 아침 급식을 무료로 제공하며, 점심 급식 비용도 1유로(약 1310원)로 낮추고, 2020년까지 보육원 300개를 추가로 짓겠다고 밝혔다. 빈곤층 900만 명을 겨냥한 정책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청년들과의 행보도 강화하고 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마크롱#우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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