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오늘 영결식, 도올 “魯, 우리시대의 예수…민중의 언어로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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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7월 27일 09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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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 김용옥 한신대 석좌교수는 "많이 만난 분이다. 그분이 한학에 조예가 있고 그래서 저한테 문의도 하고. 그러면 전화로 얘기를 해도 즐거운 사람이니까 가깝게 느꼈다"라며 고(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를 추억했다.

김용옥 교수는 26일 방송된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노회찬 전 의원을 추모했다.

김용옥은 고인의 빈소에 '혁명지절암운농 찬연소거갱애상'(革命之節暗雲濃 燦然消去更哀傷)이라는 내용이 담긴 추모의 한시를 보냈다.

한시의 의미에 대해 김 교수는 "이것이 우리의 시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 거다. 촛불혁명 이래 우리 사회 변화가 급격하게 이루어지고 분명히 혁명의 계절이기 한데 나쁜 놈들이 많이 도태되지 않느냐. 그런데 항상 이 나쁜 놈들이 도태되는 시절에는 좋은 사람들이 더 피를 본다는 거다. 그런 의미로 혁명의 계절은 좋지만 그 시절에는 먹구름, 암운도 짙어만 가게 마련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니까 혁명과 암운이라는 걸 대비시키면서 그다음에 찬연이라는 말과 대비가 돼요, 이게. 제가 쓴 만장인데 노회찬의 이름이 '찬' 자로 끝나기 때문에. 찬란하다는 찬 자. 그래서 회찬이 찬란하게 가는구나. 그래서 아주 찬연히 소거라는 건, 말도 없이 갑자기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 그러니 우리의 마음을 더욱 애상하게 만든다. 그러니까 상당히 이 한문 구절만 보아서 언뜻 해석하기 어려운 그 쌍관적인 의미를 여기에 썼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에 제가 막말로 나쁜 놈이라고 표현한 그런 분들은 사실 그냥 나는 나쁜 사람이라는 걸 드러내놓고 살지 않나. 그냥 물러나는 거지, 인간적인 피해가 없다. (그런데) 도덕적으로 살아온 사람들, 변화에 대해 책임을 지고 최선을 다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작은 흠집에 평소 도덕성 때문에 역으로 당한다. 이런 비극이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다면 나는 우리나라 사법질서나 법해석에 있어서도 고려해야 할 문제라는 거다"라고 말했다.

고인의 빈소를 찾는 조문객들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김 교수는 "저는 원래 노회찬이라고 할 때 그게 노나라 노(魯) 자다. 그 노나라가 공자 나라다. 그래서 노회찬을 항상 보면 공자같이 생겼다. 사람이 너그럽고 좀 품위가 있게 넓게 생겼지 않나. 참 공자 같은 사람이다. 이런 생각을 내가 항상 했고. 회(會) 자라는 게 항상 사람을 모은다 그런 의미다. 이문회우(以文會友)라든가 그런 우리 동양의 고전에도 그런 말들이 많지만. 사람을 주변으로 잘 모으고 그리고 그들을 아주 설득시키는 데 귀재다"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이 사람을 우리 시대의 예수라 생각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면 예수 마가복음에 보면 예수라는 사람은 입 뻥긋하면 다 비유였다고 한다. 비유가 아니면 말하지 않았다. 씨 뿌리는 자의 비유라든가 겨자씨의 비유라든가 수없는 비유가 있다. 강도를 만난 비유라든가 이 모든 그 수많은 비유를 쓰는 데 사실 달인이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예수를 이해를 못하고 그게 무슨 하늘의 무슨 하나님의 말씀으로 아는데 예수가 그 비유의 달인이었다는 의미하는 예수가 바로 '민중의 언어'를 쓸 줄 알았다는 거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속담 보면, 속담은 속한 말이라는 거다. 지식인들이 만든 말이 아니다. 속담은 전체가 비유다"라며 "판을 갈자고 해서 정치판갈이를 무슨 관을 세워서 철학적으로 해석해봐라 웃기지 않냐. 그냥 삼겹살 먹던 불판이 40년, 50년 해쳐먹었으면 빨리 갈아버려야 되지 않냐. 그 말 한마디에 사람들이 노회찬이라는 인물을 알게 됐지 않냐"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런데 이 사람이 그게 철학에 있어선 누구보다 머리가 좋은 사람인데 우리 시대에 경기고까지 나온 사람 아니냐. 그런데 이 사람은 민중이랑 밀착된 삶을 살았기 때문에 민중의 언어가 몸에 배어 있고, 그렇기 때문에 상황 상황에서 민중의 언어로 얘기하기 때문에, 민중이 무엇보다 속 시원하고 친근하게 느낀 거다"라고 했다.

이어 "그러니까 이 노회찬을 과연 배신할 인물이 있는가, 이 시점에서. 지금 제 가슴에서 지금 눈물이 끓어오르는데. 정말 이거는 어떻게 해서 이런 사람이 이런 최후를 맞이하는가. 모든 사람의 심정이 이런 심정일 거란 말이다. 저는 국민들이 진정한 민중의 친구와 민중의 언어를 상실했기 때문에 이렇게 애통해하고 있는 중이다고 말씀하고 싶다"라고 했다.

한편 노회찬 의원의 영결식이 27일 국회장으로 엄수된다. 노회찬 의원 영결식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진행된다. 국회장 장의위원장인 문희상 국회의장이 영결사를 맡았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심상정 정의당 의원, 금속노동자 김호규 씨 등이 조사를 낭독한다.

고 노 의원의 생전 영상 상영도 이어진다. 이후 고 노 의원의 큰 조카 노선덕 씨가 유족을 대표해 조문객에게 인사를 한다.

이어 이날 오후 1시 서울 서초구 원지동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 돼 경기도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에서 영면에 들어간다.

김소정 동아닷컴 기자 toy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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