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지방판사’ 지원한 박보영 前대법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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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시법원서 일하고 싶다”… 대법관출신 첫 市郡판사 신청
승인땐 전관예우 깰 큰걸음

대법관 출신으로 처음 시군법원 판사를 지원한 박보영 전 대법관. 동아일보DB
대법관 출신으로 처음 시군법원 판사를 지원한 박보영 전 대법관. 동아일보DB
박보영 전 대법관(57·사법연수원 16기)이 최근 소액 사건을 주로 다루는 시군법원인 광주지법 순천지원 여수시법원에서 전임 판사로 일하고 싶다는 의사를 법원행정처에 전달한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지난해 지대운 전 대전고법원장(61·13기)이 부천지원 김포시법원으로 발령 나는 등 법원장 출신이 종종 ‘원로 법관’으로 시군법원 판사로 근무한 적은 있지만 대법관 출신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기 10년의 시군법원 전임 판사는 소송가액 2000만 원 미만의 소액사건을 주로 다룬다. 일선 판사들 사이에서 인기가 없어 시군법원 전임 판사 임용은 2010년 이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박 전 대법관은 올 1월 퇴임 뒤 사법연수원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석좌교수를 하며 후학 양성에 힘써 왔다.

박 전 대법관은 전남 순천 출신으로 1992∼94년 광주지법 순천지원 판사로 근무한 적이 있다. 그는 최근 주변에 “고향으로 돌아가서 지역 법률 문화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 대형 로펌에 소속돼 법률 다툼과 논쟁에 시달리는 것보다 법관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법관을 잘 아는 법조계 관계자는 “전관예우를 없애겠다는 거창한 생각보단 대법관 출신의 명예를 지키고 싶어 한다. 소박하게 고향에서 지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로법관이 아닌 대법관으로 퇴임했기 때문에 박 전 대법관의 최종 임용 여부는 법관인사위원회 심의와 대법관회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 법조계에선 전관예우 근절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기존 법관보다 적은 급여를 받으며 재판 업무를 보는 미국 시니어 법관의 첫 사례가 되길 바란다”고 환영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박보영 전 대법관#전관예우 근절#시니어 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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