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다’가 이상하다고 생각해 보았는가?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할 수도 있다. 맞춤법 원리를 배우려는 지면이다. 어려운 맞춤법을 익혀 올바른 규범 생활을 실천하려는 마당에 ‘새롭다’를 논의하다니. 하지만 익숙한 단어 속 질서를 알아야 맞춤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경우도 많다. 단어들의 관계를 제대로 보아야 한다고 거듭 말했다. 관계 안에서 ‘새롭다’가 갖는 특이성을 발견할 수 있어야 문법을 제대로 보는 눈이 생긴다. 유의미한 질문을 하려면 짝을 이루는 단어들을 떠올려 비교해 보는 것이 좋다.
① 지혜롭다, 슬기롭다, 자유롭다, 명예롭다, 향기롭다, 위태롭다, 풍요롭다, 신비롭다 ② 새롭다
①, ②의 차이를 발견해 보자. 단어를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이미 있는 것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전 단어들과 관계를 맺고 있어야 의미 전달에 유리하다. ①, ②의 예들 역시 마찬가지다. ①은 원래 있던 ‘지혜, 슬기, 자유 등’에 ‘-롭다’를 결합해 단어를 만들어 이전 의미와 연관지을 수 있다.
그런데 ‘-롭다’가 연결되면서 달라진 점은 뭘까? ‘지혜’는 명사이지만 ‘지혜롭다’는 형용사이다. 품사가 달라졌다는 것은 문장 속의 역할이 바뀌었다는 의미다. ①의 모든 단어가 그렇다. 국어에는 ①처럼 ‘○○롭다’ 구성의 단어들이 많다. 이제 ①의 단어들과 ②의 ‘새롭다’의 차이를 말할 수 있는가?
‘지혜롭다’의 ‘-롭다’에 연결된 ‘지혜’는 명사이다. 명사들은 조사와 만나 ‘지혜가, 지혜를, 지혜와, 지혜보다’로 바뀌면서 문장 안에서 다양한 역할을 한다. ①의 ‘-롭다’ 앞에 결합된 단어들이 모두 그렇다. 하지만 ‘새’는 다르다. 현대국어의 ‘새’는 ‘관형사’다. 관형사는 절대로 조사와 만나지 못한다. 언제나 명사 앞에서 명사를 꾸며주는 역할만을 할 뿐이다.
● 새 건물, 새 차, 새 옷, 새 집
더 깊은 질문으로 들어가 보자. ‘-롭다’는 명사와 만나서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요소였다. ‘새롭다’를 보면 관형사의 뒤에도 ‘-롭다’를 붙여 새로운 단어를 만들 수 있는 것일까? 간단히 실험해 볼 수 있다. 관형사를 떠올리고 ‘-롭다’를 붙여 보면 되는 일이다. 국어에는 관형사가 그리 많지 않으니. ‘여러, 순(純), 온갖, 헌, 한, 두, 세, 다른 등’ 어떤 관형사도 ‘새롭다’와 같은 방식으로 단어를 구성하지 못한다. 그러면 거꾸로 가 보자. 혹시 옛말에 ‘새롭다’라는 단어가 만들어진 단서가 든 것은 아닐까?
우리 옛말을 볼 시점이다.
500년 전의 우리말 문장들이다. 그 당시에 ‘새’는 조사와 함께 나타날 수 있었다. 즉, 관형사 ‘새’만이 아니라 명사 ‘새’도 있었다. 그렇기에 ‘새롭다’라는 단어가 만들어졌다. 세월이 흘러 명사 ‘새’는 사라졌지만 명사가 있던 시기에 만들어진 단어 ‘새롭다’가 여전히 사용되는 것이다. 단어 안에 옛 질서를 그대로 간직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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