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경찰서 입닫았던 ‘서유기’, 검찰선 “빨리 끝났으면” 진술 술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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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前부터 댓글 여론조작 파장 확산

‘드루킹’(온라인 닉네임) 김동원 씨(49·구속 기소)의 최측근 중 한 명인 박모 씨(30·온라인 닉네임 ‘서유기’ ‘인생2방’)가 검찰 조사 때 “대선 전부터 댓글 여론을 조작했다”고 진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경찰 조사 때 자세한 진술을 거부했던 박 씨는 검찰에 송치된 뒤 심경의 변화를 보이며 입을 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의 진술 내용에 따라 댓글 여론 조작 사건의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 서유기, “다 빨리 끝났으면…”

17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박 씨는 이달 10일경 검찰 조사 때 댓글 여론 조작에 대해 진술하기 시작했다. 구속된 지 20일가량 지난 시기다. 변호인 등이 “여러 사람이 수사를 받게 되니 이제 숨김없이 얘기하자”고 설득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박 씨는 가족 접견이 금지된 채 독방에 머물며 괴로워했고 주변에 “다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박 씨는 변호인 없이 조사받겠다고 밝힌 뒤 베일에 싸여 있던 매크로 프로그램 ‘킹크랩’의 원리와 운영방식을 상세히 털어놨다고 한다. 또 지난해 1월 킹크랩을 자체 개발해 구축하고 댓글 작업을 진행한 과정도 진술했다. 박 씨의 진술 내용은 김 씨측 변호인도 전혀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까지 검찰과 경찰은 서버 접속 아이디(ID)와 비밀번호를 확보하지 못해 킹크랩의 자세한 실체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나 박 씨 진술 덕분에 검찰은 공판에서 댓글 작업을 시연했다.

박 씨는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사무실이 있는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출판사(일명 ‘산채’)에서 숙식하며 댓글 활동을 지휘해온 핵심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는 약 5년간 군 부사관으로 복무했다. 전역 후 1년간 취업을 준비하다가 경공모에 합류했다고 한다. 박 씨는 검찰에서 “드루킹과 경제적 이상(理想)이 비슷해 함께 일했다. 월급 200만 원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 드루킹의 새로운 닉네임 ‘KBS-new’

김 씨가 특정 대화방에서 새로운 온라인 닉네임을 사용한 것도 확인됐다. 그는 비밀 메신저 텔레그램의 한 대화방에서 ‘KBS-new’라는 닉네임을 사용했다. 경공모의 고위 회원만 참가할 수 있는 대화방이다. 대화방 제목도 닉네임과 같은 ‘KBS-new’였다.

김 씨는 이 대화방을 통해 주로 실시간 검색어 조작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해 4월 6일 ‘안철수 조폭’과 ‘차떼기’를 네이버에 10분간 집중 검색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온라인에는 안철수 당시 대선 후보가 행사에 조직폭력배를 동원했다는 루머와 사진이 퍼진 상태였다. ‘안철수 조폭’과 ‘차떼기’는 이날 오후 내내 검색어 1, 2위를 차지했다.

대선 직후인 지난해 6월 7일에는 ‘바둑이’의 지역조직을 만들어 오프라인 활동에 참여해야 한다며 경남 김해에 사는 경공모 고위 회원들을 따로 모았다. 바둑이는 김해를 지역구로 둔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전 의원을 뜻하는 은어로 추정된다.

김 씨는 일반 회원이 참가하는 대화방 ‘KCS’에선 드루킹이라는 기존 닉네임을 사용했다. 이 대화방에선 주로 청와대 및 유력 정치인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또 지난해 8월 1일 6·13지방선거와 관련해 ‘바둑이의 요청’이라며 “당분간 이재명 성남시장을 견제하고 전해철 의원 이름을 거론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전 의원이 ‘친문(친문재인) 주자’로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할 예정인데 이때부터 경공모가 전 의원을 지원하면 경쟁상대가 의심한다는 이유다. 그러면서 김 씨는 회원들에게 “보안을 유지해 달라”고 당부했다.

배준우 jjoonn@donga.com·김동혁 기자
#경찰#서유기#검찰#진술#댓글여론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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