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아모트 “첫 기타가 한국산… ‘아리랑’ 알파벳 아직도 생생”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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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기타리스트 ‘마이클 아모트’ 내한

스웨덴 기타리스트 마이클 아모트. 고국 출신인 잉베이 말름스틴과 밴드 ‘유럽’을 보며 세계 진출을 꿈꾸던 젊은이는 자신이 이끄는 ‘아치 에너미’로 그 꿈을 이뤘다. 센추리미디어 제공
스웨덴 기타리스트 마이클 아모트. 고국 출신인 잉베이 말름스틴과 밴드 ‘유럽’을 보며 세계 진출을 꿈꾸던 젊은이는 자신이 이끄는 ‘아치 에너미’로 그 꿈을 이뤘다. 센추리미디어 제공
‘A…RI…RAN…G.’

최근 서울 마포구에서 만난 스웨덴 기타리스트 마이클 아모트(49)가 기자의 노트와 펜을 낚아채더니 알파벳 일곱 자를 눌러썼다.

“열세 살 때 산 첫 전기기타가 한국산이었어요. 근데 이 상표, 아리랑이 무슨 뜻이죠?”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민요라고 말해주자 아모트가 무릎을 쳤다. 멜로딕 데스 메탈의 선구적 밴드 ‘카르카스’의 전 멤버이자 ‘아치 에너미’의 리더, 세계적인 기타리스트. 아모트는 스웨덴의 작은 해변 도시 할름스타드에서 나고 자랐다.

“아직 거기에 살아요. 할름스타드의 아름답고 고요한 숲을 산책하면서 이어폰으로는 제가 만든 메탈 기타 소리를 듣죠. 메탈 작곡은 2000조각짜리 퍼즐을 맞추는 데 비견될 집중력을 요하거든요.”

아모트는 아치 에너미의 내한공연(14일)을 위해 내한했다. 맹렬한 메탈 사운드에 교향곡처럼 장중한 선율을 결합한 이들의 콘서트를 보는 것은 마치 포화가 빗발치는 신화 속 전장 한가운데 서는 듯한 경험이다. 화룡점정은 여성 보컬 얼리사 화이트글러즈. 미모와 괴성을 겸비한 그는 ‘걸 크러시’, 그 자체다.

스웨덴 기타리스트 마이클 아모트가 이끄는 밴드 ‘아치 에너미’. 센추리미디어 제공
스웨덴 기타리스트 마이클 아모트가 이끄는 밴드 ‘아치 에너미’. 센추리미디어 제공
음악뿐 아니라 성 평등에 있어서도 아치 에너미는 선구적 메탈 밴드다. 1995년 결성 때 기용한 남성 보컬을 2000년 앙겔라 고소로 교체했다. 여성을 밴드의 얼굴인 보컬로 발탁한 것. 고소는 2014년 화이트글러즈에게 보컬을 넘기고 밴드 매니저를 맡고 있다.

“앙겔라 이후 비로소 저희 음악이 확립됐습니다.” 미투 운동 등 여성의 목소리가 커지는 작금의 상황이 아모트에겐 낯설지 않다. “성차별은 전 세계에 만연하죠. 앙겔라 가입 당시 일부 팬들까지도 ‘여자치곤 잘하는데 남자만 못하다’고들 했어요. 앙겔라가 실력으로 다 틀렸다는 걸 증명했지만요. 이 작은 행성 위에 남성과 여성뿐인데 서로 같은 기회를 가지는 건 당연한 일이죠.”

메탈과 멜로디를 결합하는 아모트의 장기는 어린 시절에 기인했다. “클래식 애호가인 부모님 덕에 베토벤, 바흐, 모차르트, 쇤베르크가 흐르는 집안에서 자랐습니다. 친구들과 미술관에 가고 클래식 공연장에 가는 것도 좋아했고요.” 그는 “위대한 선율을 웅장하고 강렬한 분위기와 결합한다는 측면에서, 클래식과 헤비메탈은 통한다”고 했다.

30년 넘게 세계를 돌며 헤비메탈을 연주한 그에게 한국은 특별한 나라다. “2003년 부산 국제록페스티벌 공연을 기억해요. 관객들이 바닷가에서 저희 음악에 맞춰 작은 불꽃을 쏘아 올리며 즐거워하던 정경. 해변을 면한 축제 무대는 그때뿐이었거든요. 아마 죽을 때까지 못 잊을 거예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마이클 아모트#스웨덴 밴드#아치 에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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