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한팀서만 210승 ‘봉동 이장’, 이동국 부활 담금질 ‘재활공장장’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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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최다승 타이 최강희 감독

“프로 최다승? 그게 뭔 큰 의미가 있나요? 그저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했을 뿐인데…. 무엇보다 선수들이 잘해줘서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22일 제주를 1-0으로 꺾으며 프로축구 사령탑 역대 최다승 타이(210승·김정남 전 울산 감독)를 기록한 최강희 전북 감독(59·사진)은 덤덤했다. 1승만 추가하면 역대 최연소, 최단기간 프로 사령탑 최다승 기록을 새로 쓰게 되고 이후 매 승리가 새 역사가 되는데도 이렇다 할 감흥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계속 대화하면서 느낄 수 있는 게 하나 있었다. 전북에 대한 강한 애착이었다.

“솔직히 처음엔 선수들에게 잔소리해대며 이기는 데 급급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감독과 선수, 구단, 팬들이 서로 믿어주는 관계가 됐다. 이렇게 한마음으로 움직이다 보니 전북이 이젠 K리그1 최고 인기구단이 됐다.”

최 감독은 2005년 전북 사령탑에 오른 뒤 초반 성적이 좋지 않았을 땐 팬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2005년 FA(축구협회)컵 우승, 2006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했지만 계속 리그 성적이 좋지 않자 2008년 팬들이 최 감독에게 “떠나라”고 한 것이다. 최 감독은 당시 바로 떠나려다 팬들에게 편지를 쓰면서까지 시간을 달라고 했다. 전임 감독도 팬들이 몰아냈는데 자신까지 팬들에게 밀려 나간다면 자존심이 구겨지는 것은 물론 향후 전북의 미래가 밝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시 성남에서 사실상 버린 ‘노장’ 이동국(39)과 김상식(42)을 영입하며 재도약의 기틀을 다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좋은 선수는 지방에 있는 전북에 오려고 하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볼 땐 이동국과 김상식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었다. 그래서 그들을 설득해 데려왔다.”

최 감독은 2009년 K리그를 제패하며 팬들은 물론 구단으로부터도 인정을 받았다. 그때부터 구단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어졌고 팬들도 최 감독을 ‘봉동 이장’이라 부르며 열렬히 응원했다. 전북 완주군 봉동읍에 전북 숙소가 있는 것을 빗대 팬들이 최 감독을 친근하게 부르는 별명이다.

최 감독은 ‘재활공장장’으로 불린다. 은퇴 기로에 있던 최태욱(37)과 김남일(41)도 최 감독 밑에서 선수생활을 더 이어갔다. 최 감독은 단점보다는 장점을 봤다. 그가 만든 최고의 작품은 이동국이다. 2009년 초 성남에서 방출된 이동국을 영입해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이동국은 이적 첫해 22골을 터뜨려 전북을 정상에 올려놓았고 지난해까지 9년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전북이 K리그1 ‘절대 1강’이 되는 데 주축으로 활약하고 있다.

“잘하던 선수는 뭔가 있다. 마음을 터놓고 대화하면서 선수 자신이 다시 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면 된다.”

최 감독은 선이 굵으면서도 자상한 아버지처럼 선수들을 믿고 기다린다. 구단 관계자는 “대선배들이 나이를 잊고 잘하는 것을 보면서 젊은 선수들도 최 감독을 신뢰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이 최강으로 군림하는 배경에 최 감독의 ‘아버지 리더십’이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경기 양평이 고향인 최 감독은 “전북 봉동이 제2의 고향”이라고 말한다. 전북은 그에게 팀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 최강희 감독은? ::

△생년월일
: 1959년 4월 12일 △대표 경력: 1988년 서울 올림픽,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수비수) △지도자 경력: 프로축구 수원 코치(1998∼2001년),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 대표 코치, 한국축구대표팀 코치(2002∼2004년), 프로축구 전북 감독(2005∼2011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2011∼2013년) 전북 감독(2013년∼) △전북에서 거둔 성적: 2005년 FA컵 우승, 2006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 2009년 K리그 정규리그 우승 및 챔피언십 우승, 2011년 K리그 정규리그 우승 및 챔피언십 우승, 2014년 K리그 클래식 우승, 2015년 K리그 클래식 우승, 2016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 2017년 K리그 클래식 우승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최강희 감독#프로축구#k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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