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필하모닉 종신수석 조성호 “깊은 사유 필요한 브람스 전곡 도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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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서 클라리넷 독주회

“예상보다 더 만족스럽습니다. 오케스트라 시스템은 독일과 놀랍도록 닮았고 클래식 시장도 성숙했어요. 가까워서 딸을 보러 자주 한국에 올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죠. 하하.”

클라리네티스트 조성호(33·사진)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는 지난해 초 일본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입단한 뒤 12월 투표를 거쳐 종신수석으로 확정됐다. 서울 예술의전당 IBK홀에서 22일 독주회를 여는 그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그룹 사옥에서 16일 만났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고 독일 유학을 마친 뒤 그가 선택한 곳은 일본이었다. “왜 일본이냐”는 질문에 그는 “운명처럼 자리가 났고 운명처럼 선택받았다”고 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에서 트라이얼(수습) 기간을 마친 뒤 도쿄필에 자리가 났어요. 국내외를 통틀어 목관악기는 자리가 거의 나지 않거든요. 뽑히면 거의 ‘로또’인 셈인데 시기도 딱 맞고 아시아 해외 오케스트라에서 일하고 싶다는 계획에도 들어맞았죠.”

경쟁률은 200 대 1. 바늘구멍을 뚫은 비결에 대해 그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한국과 독일”이라고 답했다. 한국에서는 여느 전공생과 마찬가지로 ‘콩쿠르 기계’처럼 살았다. 학교 가는 날보다 콩쿠르를 준비하는 날이 많았고, 연주를 즐기기보다 틀리지 않으려 애썼다. 그런 그에게 유학 시절 스승인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클라리넷 수석 벤첼 푹스는 “마음을 느껴라. 틀려도 된다. 감정을 마음껏 드러내라”고 독려했다. 조 씨는 “수석은 잘 어우러지면서도 솔리스트적인 기질도 있어야 한다. 한국에서 정확한 테크닉을 익혔고 독일에서 나만의 색을 찾아서 오디션에서 합격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피아노를 전공한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릴 적 피아노 바이올린 등 여러 악기를 배웠지만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운명처럼 목관악기를 만났다.

“13세에 리코더를 부는데 숨결을 불어넣어 손가락을 움직여 소리를 내는 게 마치 노래하는 듯했어요. 그 길로 목관악기 가운데 리코더처럼 세워서 부는 클라리넷을 시작했죠.”

이번 독주회에서는 브람스 전곡에 도전한다. 20대에는 격정적인 프랑스 음악에 이끌렸지만 최근 브람스에 대한 열망이 생겼다. 그는 “브람스 소나타는 연습만으로 연주할 수 있는 곡이 아니라 깊은 사유가 바탕이 돼야 한다”며 “쉬운 곡은 아니지만 깊은 울림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도쿄필하모닉#클라리넷#조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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