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땐 음악 정보의 바이블… 추억이 돼 가는 음반 해설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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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영화 ‘위대한 쇼맨’ OST, 브루노 마스, 팝 가수 시아 음반의 한국어 해설지. 워너뮤직코리아 제공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영화 ‘위대한 쇼맨’ OST, 브루노 마스, 팝 가수 시아 음반의 한국어 해설지. 워너뮤직코리아 제공
21세기 디지털 음원 시대, 음반의 해설지가 가진 기능과 효용은 무엇일까.

음반업계에 따르면, 최근 해외 앨범을 국내 라이선스 음반으로 제작하는 비율이 전체 발매 음반의 10% 아래까지 떨어졌다. 라이선스 음반은 해외 본사에서 음원을 받아 국내에서 제조하는 앨범. 브루노 마스, 케이티 페리 등 유명 팝스타 음반은 대개 이런 식으로 ‘한국 발매판’으로 출시한다. 그러나 디지털 음악 소비가 늘어나며 실물 음반에 대한 수요가 바닥이다 보니, 아예 음반을 국내에 들여오지 않거나 해외 제작 음반을 소량만 수입해 파는 비율이 급증했다.

1980, 90년대 전영혁, 성시완, 하세민 등 평론가와 칼럼니스트가 쓴 해설지가 음악 팬들 사이에 ‘바이블’로 추앙받던 시대는 옛얘기가 됐다. 라이선스 음반의 속지에 실리는 한국어 해설지는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한 직배 음반사 관계자는 “요즘은 라이선스 음반도 해설지를 굳이 넣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누구나 인터넷을 검색하면 수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환경도 한몫했다. 어떤 콘텐츠든 부가 설명이 길면 ‘설명충’이라 일축하는 사회 분위기마저 영향을 끼쳤다.

그 때문에 해설지가 종이 속 활자란 형태를 벗어나기도 한다. 아델, 라디오헤드 앨범을 수입하거나 라이선스로 제작하는 ‘강앤뮤직’의 홍소희 과장은 “(음반 속지가 아니라) 디지털 음원 사이트에 게재할 용도로 해설을 의뢰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했다. 이런 디지털 해설지는 음반사 블로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다시 실리곤 한다.

전문 필자들의 고충도 커졌다. 기존 음반 해설지는 A4용지 2∼5장 분량이 보통. 대개 원고료는 건당 7만∼10만 원 선이었다. 수요가 줄다 보니 원고료는 갈수록 짜졌고, 인터넷 정보와 차별화를 요구하는 부담도 커졌다. 음반점 ‘팝시페텔’ 운영자이자 평론가인 김경진 씨는 “과거 해설지는 뮤지션의 생애와 결성 과정의 비율이 높았지만, 지금은 단순한 정보 나열이 필요 없어졌다”며 “음악가의 음악 변천 과정, 시대 상황과 얽힌 통찰을 주로 담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대화 평론가도 “앨범을 사야 음악을 듣던 시절엔 해설지가 정보의 보고였고, 필자 역시 큰 영향력을 가졌다”면서 “하지만 갈수록 SNS 게시물과 영상으로 제작한 해설이 음반 해설과 홍보 기능을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대의 격랑에도 해설지가 사라지진 않을 거라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대다수 라이선스 음반에서 해설지는 지금도 필수 삽입물이다. 소니뮤직코리아의 변준수 씨는 “손에 만져지는 매체만의 장점을 부각하는 측면에서 해설지는 여전히 중요한 요소”라면서 “흑백 인쇄여서 제작비 부담도 거의 없다”고 했다. 한국 가수 음반에 해설지가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들국화, 마그마 1집을 재발매한 ‘열린음악’의 김봉현 대표는 “재발매의 과정과 의미, 명작의 무게감을 설명하는 데 필요했다. 옛 팝송 음반에서 해설지의 매력을 기억하는 분들의 향수도 채우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음반 해설지#디지털 해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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