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신 활용한 ‘속공 1위’ 뿌듯… 첫 시즌은 80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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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3위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
세터 이다영 족집게 특별훈련… 재능 많아 확연히 달라질 것

부임 첫 시즌에 프로배구 여자부 현대건설을 정규리그 3위에 올려놓은 이도희 감독이 3월 26일 배구공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이 감독은 “우승은 한 번 해봐야 할 말이 생길 것 같다. 저보다 선수들이 이기고 싶어서 안달 났다”며 다음 시즌 목표를 우승으로 설정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부임 첫 시즌에 프로배구 여자부 현대건설을 정규리그 3위에 올려놓은 이도희 감독이 3월 26일 배구공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이 감독은 “우승은 한 번 해봐야 할 말이 생길 것 같다. 저보다 선수들이 이기고 싶어서 안달 났다”며 다음 시즌 목표를 우승으로 설정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치열한 시즌 내내 기다렸을 달콤한 휴식기간. 지난달 26일 서울 성북구에서 만난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50)은 휴가 계획을 묻는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난해 4월 감독 선임 이후 숨 가쁘게 달려온 그의 지난 1년이 눈앞에서 필름처럼 감겨 돌아가는 듯했다. “이러다 휴가 끝나겠는데요?”라며 웃는 그의 모습에서 벌써부터 다음 시즌을 향한 설렘이 느껴졌다.

현역 시절 ‘컴퓨터 세터’로 불리던 이 감독은 부임 첫 시즌 팀을 정규리그 3위로 봄 배구에 올려놨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55)과의 여성 사령탑 맞대결, 차세대 국가대표 세터 이다영(22) 특별과외 등 여러 이야깃거리도 나왔다. V리그의 스토리라인이 이 감독 덕에 풍성해졌다.

자신의 첫 시즌에 대한 평가를 묻자 이 감독은 80점이라고 답했다. “후하게 준 걸 알고 있어요. 저도 자존감이 필요하거든요”라며 말문을 뗀 이 감독은 “외국인 선수가 아쉽지만 국내 선수들은 기술적, 체력적으로 기대만큼 실력을 끌어올렸어요. 외국인 선수가 전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도 있지만 재밌는 경기를 하기 위해선 국내 선수들이 자기의 역할을 다하는 게 중요해요. 그런 면에선 만족합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의 장점인 높이를 극대화하는 데도 주력했다고 덧붙였다. “센터 (양)효진이와 (김)세영에게 높이 있는 속공으로 승부를 걸자고 했다. 세터 다영이도 신장(180cm)이 좋아 높은 곳에서 볼을 올려주니 높은 속공을 성공시키면 상대가 무서워할 수밖에 없다. 내가 감독을 맡고서 가장 달라진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6∼2017시즌 팀 속공 5위(성공률 38.97%)였던 현대건설은 올 시즌 1위(52.99%)로 도약했다. 이 감독은 “수치로도 감으로도 선수들의 상태를 파악하는 데 이번 시즌은 내내 감 이상으로 수치적인 결과가 나왔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컴퓨터 세터의 집중과외를 받은 이다영에 대한 평가도 덧붙였다. “재능이 많은 선수다. 아무래도 내가 해왔던 포지션이라 타이트하게 조각조각내서 볼 수밖에 없다. 기대가 큰 만큼 혼도 많이 난다. 다음 시즌에는 확실히 다영이에 대한 기대치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팬들의 높은 기대만큼 혹독한 비판도 받았다는 이 감독은 “(남자부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과 문성민의 ‘케미’가 브로맨스로 표현되는 것처럼 다영이와 저도 어디 좋은 단어 없을까요?”라고 웃으며 팬들의 성원을 부탁하기도 했다.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부터 지명 포기 구단이 나온 지난시즌과 달리 새 시즌에는 “많게는 3라운드까지 구단들의 지명이 이어질 수 있다”고 신인들에 대한 기대도 드러냈다.

새 시즌 목표로는 우승을 언급했다. 이 감독은 “감독으로서 우승은 한 번 해봐야 할 말이 생길 것 같다. 저보다 선수들이 이기고 싶어서 안달 났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돌아보니 삶의 모든 과정이 감독이 되기 위한 준비작업 같았다”고 말하는 이 감독은 다음 시즌 더 활짝 웃을 수 있을까. 그의 얼굴에서 자신감의 꽃봉오리가 피어났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세터 이다영#v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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