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믹 아트와 만난 구호, 봄 속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세라믹 아티스트 구세나와 협업

꽃잎과 꽃봉오리 등 자연물에서 모티프를 얻은 구세나 작가의 작품. 삼성물산 패션부문 제공
꽃잎과 꽃봉오리 등 자연물에서 모티프를 얻은 구세나 작가의 작품. 삼성물산 패션부문 제공
8일 찾은 서울 용산구의 구호 한남 플래그십 스토어.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마네킹 옆에 놓인 노랗고 커다란 형체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커다란 나무나 구름 같기도 하고 털이 풍성하게 자란 양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 작품은 브로콜리에서 영감을 얻은 세라믹 아티스트 구세나 작가(37·사진)의 ‘컬리 플라워’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대표적인 브랜드 구호를 대표하는 매장에 세라믹 아트 작품이 전시돼 있는 것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발돋움하고자 하는 구호의 마케팅 전략 때문이다.

구호는 옷을 통해 표현했던 브랜드 철학을 유통으로 확장시키고자 지난해 한남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이곳에서는 젊은 신규 고객층을 유입시키고자 컨템포러리 아티스트와의 협업이 꾸준히 진행 중이다. 구 작가는 올해 구호와 협업하는 첫 번째 아티스트다.
구 작가는 구호와의 협업에서 동백꽃과 양귀비 등을 활용한 컵과 접시 등 세라믹 작품을 선보였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제공
구 작가는 구호와의 협업에서 동백꽃과 양귀비 등을 활용한 컵과 접시 등 세라믹 작품을 선보였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제공
구호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걸어, 봄(Spring Walk)’을 주제로 전시 중인 구세나 작가는 한국뿐 아니라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자연에서 모티프를 얻은 영감을 주전자, 접시, 꽃병 등 세라믹 아트로 구현하는 구 작가의 작품은 영국왕립미술대학원 졸업 직후부터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구세나 작가가 공작새를 형상화한 자신의 카펫과 오브제 작품 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생활용품에 예술을 접목해 현대인에게 소소한 행복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구세나 작가가 공작새를 형상화한 자신의 카펫과 오브제 작품 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생활용품에 예술을 접목해 현대인에게 소소한 행복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구 작가는 “도예를 전공했지만 거기에만 머무르고 싶지는 않았다”며 “공간을 연출하거나 음악 등 다른 장르와 협업하는 것에 관심이 많아 발을 넓히게 됐다”고 말했다. 영국 유학 시절에는 영국을 대표하는 연주회장인 ‘로열 페스티벌 홀’을 꾸밀 신진 디자이너로 뽑혀 꽃병과 컵 등을 만들기도 했다.

패션 브랜드 폴스미스와의 협업에서는 선인장 주전자 시리즈를 선보였고 이탈리아의 패션 브랜드인 막스마라와의 협업에서는 유명 이탈리아 아트 컬렉터인 ‘로잔나 올란디’의 밀라노 매장에 작품을 입점시켜 판매하기도 했다. 당시 이탈리아에서 가장 각광받았던 작품이 이번 구호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전시하고 있는 ‘컬리 플라워’다. 구 작가는 “이탈리아 사람들은 그들이 자주 사용하는 식재료인 브로콜리가 작품이 됐다면서 큰 관심을 보였다”며 웃었다.

이번 구호와의 협업에서는 봄을 알리는 동백꽃과 양귀비 등 꽃을 모티프로 한 작품을 선보였다. 티셔츠와 셔츠 원피스 등 패션 브랜드 구호의 기존 상품은 물론 접시와 컵, 수저 받침대 등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세라믹 제품을 내놨다. 구 작가는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방법을 늘 고민하고 있다. 이번 협업 역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패션 브랜드들이 예술가와 협업해 브랜드 철학을 시각화하는 작업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는 게 구 작가의 설명이다. 단순히 옷과 가방을 내놓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전시회를 열거나 일상에서 쓸 수 있는 생활용품에 디자인을 담아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책임지는 역할을 예술가들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흐름은 나와 같은 예술가들의 활동 분야를 넓혀 주는 역할을 한다. 패션 브랜드와 예술이 상부상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구 작가는 또 다른 하이엔드 브랜드와의 협업을 준비 중이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하는 ‘서울드럼페스티벌’에서도 구 작가에게 협업을 요청해 왔다. 그는 “내가 공부를 시작할 때만 해도 주위에서 ‘도예 분야에는 미래가 없다’며 부정적인 말을 많이 했지만 직접 부딪혀보니 시야만 넓히면 내 작품을 알아봐 줄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에서 작품 활동을 하며 ‘예술’과 ‘생활’의 간극을 좁히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게 구 작가의 목표다.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예술을 부엌, 거실 등 생활과 밀접한 곳에서 향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바쁜 생활에 지쳐 하늘 한 번 올려다 볼 시간도 없는 요즘 사람들에게 꽃봉오리나 새, 채소와 과일 같은 식재료 등 자연물을 주제로 한 내 작품들이 소소한 행복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손가인 기자 gain@donga.com
#세라믹 아트#구호#아티스트 구세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