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농가 주도 농산물 수출… 한국판 ‘제스프리’ 만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12월 버섯류 수출통합조직 첫선

뉴질랜드의 키위 브랜드이자 마케팅 조직인 제스프리와 같은 농산물 수출통합조직이 올해 중에 첫선을 보인다. 또 전국 단위의 농산물 생산정보를 빅데이터화해 수급 예측과 수출에 도움을 주는 수출통합지원플랫폼이 가동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일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 신선농산물 수출기반 구축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수출통합조직은 농산물 품목별 수출농가와 수출업체가 참여하는 기구로 수출창구를 일원화해 물량 조절과 품질 관리, 해외 마케팅을 통합 관리한다. 생산자 단체나 농가를 수출통합조직으로 묶은 뒤 이 조직이 수출업체에 물량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농식품부는 그동안 각 생산자 단체, 수출선도조직, 수출협의회 등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팀 실무회의를 통해 이해관계자 간 협의를 이끌어 왔다. 그 결과 이달 중 최초로 케이머시(K Mush)라는 브랜드의 버섯류 수출통합조직이 출범할 예정이다. 일본 수출이 활발한 파프리카는 내년 상반기에 수출통합조직을 설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자 단체 간에 이와 관련한 공감대가 이미 형성돼 있다. 농식품부는 이런 성공 사례를 다른 품목으로 확대하기 위해 수출통합조직이 구성된 품목에 대해선 해외 박람회 참가나 판촉사업 지원 대상을 선정할 때 우선권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줄 방침이다.

수출통합조직은 현행 수출선도조직이 수출 과당 경쟁과 가격 하락 등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2009년 시작된 수출선도조직은 현재 14개 품목에 구성돼 있으며 생산자→수출업체→수출선도조직→해외 바이어로 이어지는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생산자보다는 수출업체 주도형이기 때문에 공급량 조절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반면 생산자들이 주도하는 수출통합조직은 생산자→수출통합조직→수출업체→바이어 순으로 생산 및 판매 구조를 형성한다. 생산자나 생산자단체로부터 농산물을 받아 수출업체에 배분하기 때문에 수량 조절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수출통합지원플랫폼은 개별 농가 중심의 농산물 정보체계를 구축하는 시스템이다. 농가당 재배품목, 생산량 등 일반 정보는 물론 농약살포 내역 등 수시정보를 입력해 △개별 농가 중심 안전성 관리와 예방 △생산이력 추정 △수급 예측 관리 등에 활용할 수 있다. 특히 농약 사용 정보 등을 파악해 수출 가능 국가를 알려주거나, 긴급 물량이 필요한 수출업체들에 적합한 농가를 실시간으로 소개하는 맞춤형 컨설팅을 해줄 수 있다.

해외 바이어가 한국 농산물의 안전성을 신뢰할 수 있는 효과도 기대된다. 더불어 개별 농가의 정보를 통합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수출우수농가를 선발할 때 유용하고, 그에 따른 개별 지원도 가능해진다. 김민욱 수출진흥과장은 “내년 6월까지 시스템을 구축해 안정화 검증을 한 뒤 하반기부터 가동할 예정”이라며 “공급 과잉과 일시 출하에 따른 가격 하락 등을 막고 개별농가에 직접 혜택을 줄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신선농산물 수출액은 11억1000만 달러(약 1조2075억 원)로 2014년 이후 정체 상태다. 농식품 수출은 농가소득 증가뿐만 아니라 수급 안정을 통한 가격 안정 효과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고용 분야에서도 농식품 10억 원 수출 시 수출업체당 평균 2명의 신규 취업이 발생해 같은 금액의 내수 매출 증가 때(10억 원당 0.7명 고용)보다 효과가 크다는 분석이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농산물#수출#제스프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