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동아]의사의 정확한 진단은 끊임없는 공부에서 나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통증 분야 상식-진리 배치 경우 많아
‘감작’이라는 단어 이해하지 못하고
MRI 같은 장비로 검사하는 것은
한밤 헤드라이트 안 켜고 달리는 격

흔히 사람들은 나이 들어서 무릎이 아프면 무릎 연골이 닳은 것이고 연골이 심하게 닳을수록 무릎은 더 아프고 장애가 심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무릎이 닳는 정도는 통증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적거나 없다고 본다. 자기공명영상(MRI)나 내시경과 같은 첨단 검사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나이가 많을수록 무릎이 아프고 장애가 심해지는 것은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나이가 들면 무릎이 아프다. 하지만 영상 사진만 보고는 ‘이 환자는 무릎 이 곳이 망가져서 아프다’는 말을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허리가 아프거나 다리가 저리면 디스크 탈출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디스크 탈출은 허리의 통증, 다리의 저림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 디스크가 아무리 심해도 멀쩡한 사람이 더 많다. 실제로 디스크가 신경관의 70% 이상을 막아도 신경은 잘 견디도록 만들어져 있다. 다시 말하면 ‘영상검사에서 디스크가 나왔으니 당신은 허리가 아플 것이고 한쪽 다리가 아플 것’이라고 말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허리가 아플 때 디스크 탈출이 원인일 가능성은 최대 2% 이내다. MRI상에서 보이는 척추 협착이 심하면 으레 ‘오래 걸으면 다리에 힘이 빠지는 척추 협착증이 심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들은 상관관계가 매우 적거나 없다.

많은 의학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이지만 근골격계, 특히 만성통증 분야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상식의 진리와 배치되는 경우가 더 많아 보인다.

그렇다면 근골격계 통증에서 상식과 진리가 배치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통증에서 감작이라는 단어를 이해하지 못하고 MRI와 같은 첨단의 검사를 하는 것은 한밤에 헤드라이트를 켜지 않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과 같이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사진상 이상이 심해도 감작이 되지 않으면 통증은 나타나지 않는다. 사진에는 전혀 이상이 없어도 감작된 부분은 통증을 나타낸다.

우리 몸의 모든 부위는 뇌의 지배를 받는다. 감작이라는 것은 아픈 부위와 뇌신경과의 소통 회로에 문제가 생긴 것을 말한다. 이런 회로에 문제가 발생하면 병변 부위의 근육이나 힘줄은 긴장해 두꺼워지거나 약해지고 관절의 위치가 틀어진다. 쉽게 다치고 회복이 더디며 누르거나 꼬집었을 때 다른 부위보다 더 아프다. 다시 말하면 나의 팔이 아프고 저린데 근육을 만져보았더니 단단하고 피부는 더 따갑고 조금만 써도 팔의 힘이 빠진다고 생각하면 ‘나의 몸의 일부가 감작이 되었구나!’라고 생각해도 된다. 감작된 부위는 쉽게 손상돼 염증이 잘 발생하고 염증이 발생하면 극심한 통증이 온다.

감작이 된 것과 염증이 발생한 것을 인지하고 MRI와 같은 첨단 장비를 이용한 검사를 시행한다면 헤드라이트를 켜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이다. 정확한 진단은 수많은 환자를 손으로 만지고 검사하고 운동범위를 재고 환자의 걸음걸이나 표정을 살피는 것이다. 이는 여러 질환을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해야만 가능하다. 단순하고 편협한 생각으로 정확한 진단을 내린다는 것은 어림없는 일이다.

헤드라이트 없이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만일 크고 안전한 차라면 자신은 어떨지 몰라도 그것에 부딪힌 사람은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야 한다.

안강 안강병원장
#헤드라이트#근골격계#자기공명영상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