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축제로 예술의 나라 사로잡다

동정민 특파원 입력 2017-11-18 03:00수정 2017-11-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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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남부 몽펠리에서 3회째 행사, 남영호 한국 축제 총예술감독
남영호 총예술감독(왼쪽)이 15일 장 빌라르 극장에서 코레 디시 개막 마임 공연을 마치고 나온 오빠 남긍호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의 팔짱을 끼고 서 있다. 몽펠리에=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오빠야한테 전화했죠. 이거 해도 되겠냐고. 오빠가 무조건 하라 하데요.”

16일 오전 몽펠리에의 한 호텔에서 만난 남영호 ‘코레 디시(Cor´ee d‘ici·여기가 한국)’ 총예술감독(51)은 구수한 부산 사투리를 쓰며 겁 없이 시작했던 한국 축제 시작 당시를 회상했다. 오빠인 남긍호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54)는 옆에서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프랑스 파리에서 750km 떨어진 지중해 남부 도시 몽펠리에에서 코레그라픽 무용단을 운영하는 남 감독은 2013년 한국에 있던 세 살 위 막내 오빠 남 교수에게 전화했다.

“이제 곧 내 나이 50에 꼭 의미 있는 일을 하나 하고 싶은데 몽펠리에에 한국 축제를 하나 만들고 싶어. 내가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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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감독은 오빠의 응원에 힘입어 올해로 3회째 축제를 이끌고 있다. 올해는 개막작품으로 오빠인 남 교수의 마임 공연을 올렸다.

남 감독의 가족은 프랑스, 그리고 예술과 특별히 인연이 많다. 6남매 중 첫째와 셋째 딸은 프랑스 문학을 전공했고, 둘째 딸(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창작과 교수)과 둘째 아들(남 교수), 막내딸(남 감독)은 예술을 전공했다. 예술을 전공한 삼남매 모두 프랑스로 유학을 갔다. 벨기에로 유학 가 프랑스어를 배운 아버지와 예술에 관심이 많던 어머니 영향이 컸다.

1990년 파리5대학에서 공부를 시작한 남 감독은 시립 무용단원으로 뽑혀 몽펠리에로 내려온 뒤 본인이 직접 무용단을 운영하며 정착했다. 남 교수는 1989년 한국인 최초로 프랑스 마임 전문학교 마르셀 마르소에 입학해 학위를 받았다.

남 감독은 4년 전 한국 문화를 알리고 싶다는 일념으로 몽펠리에 시청을 찾아갔다. 20여 년간 이곳에서 최고의 무용수로 이름을 날리고 무용단을 운영한 세월들이 도움이 됐다. 처음에는 “한국 축제를 지원하기 시작하면 중국, 일본도 해줘야 한다”며 반대하던 시의원들도 점점 남 감독의 열정에 바뀌기 시작했다. 이제는 몽펠리에시가 앞장서서 오페라극장과 시립극장 공연을 주선해 주고, 홍보도 도맡아 해준다.

남 감독은 극장 대관료를 내지 않고 축제 공연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 돈을 주고 공연하는 것이 아니라 훌륭한 공연을 선보여 한국 문화를 제대로 돈을 받으며 알리겠다는 것. 시립극장에서 열린 개막작인 마임 공연은 20유로(약 2만7000원)의 입장료를 받았지만 450석 중 400석이 찼다. 남 교수는 마르셀 마르소 동기이자 프랑스 유명 마임 배우인 로랑 클레레와 함께 개막작을 선보였다. 남 교수는 매년 축제 때마다 몽펠리에를 찾아 동생을 응원하고 있다.

남 감독은 “프랑스인과 함께 공연한 오빠 공연처럼 ‘코레 디시’는 프랑스 속으로 자연스레 한국 문화를 스며들게 하기 위한 컬래버레이션(협업)을 원칙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축제 기간에는 예술고등학교를 찾아 공예와 무용 특강을 하고, 광장에선 연날리기 행사도 했다. 프랑스 청소년에게 한국을 알리는 이런 행사는 자연스레 한국 문화를 접할 기회를 넓히기 위한 작업이다. 개막 공연 현장에서 만난 고등학생 마리 사라 양(16)은 “친구들과 함께 인터넷을 통해 한국 드라마와 케이팝을 자주 즐긴다”며 “한국의 새로운 문화를 접하는 행사가 열리면 자주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몽펠리에=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몽펠리에#남영호#남긍호#한류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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