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박능후]미래를 위한 투자, 아동수당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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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복지국가의 방향을 제시한 영국의 베버리지 보고서에는 사회보장을 위한 세 가지 조건이 제시된다. 완전 고용, 포괄적 보건서비스, 그리고 아동수당이다. 지금으로부터 반세기도 전인 1942년, 이미 영국에서는 아동수당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정부는 ‘모두가 누리는 포용적 복지국가’를 위해, 내년 7월부터 보호자의 소득에 관계없이 0∼5세 모든 아동에게 월 10만 원을 지급하는 아동수당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아동수당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한국 멕시코 터키 미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운영 중일 정도로 보편화된 사회복지제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진 후에야 뒤늦게 아동수당을 도입하게 되어 안타깝지만, 이제라도 아동과 양육에 대해 국가 책임이 부족한 부분을 메우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아동수당은 기존에 익숙했던 방식인 ‘어려운 사람에게만 지원되는 시혜적·보충적 복지’가 아니라, 미래세대인 아동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투자다. 이는 아동을 양육하지 않는 가구에 비해 양육가구가 많은 비용을 부담하지만, 아동이 성장한 후 경제활동이나 납세 등으로 창출되는 편익은 사회 전체로 환원된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미국 랜드연구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동에 대한 1달러의 투자는 7달러 이상의 효과를 나타낸다고 한다. 아동에 대한 재정 지출은 투자 대비 효과가 높다는 것이다. 특히 저출산 시대에는 인구의 양을 늘리는 것뿐 아니라 아동투자를 통한 인구의 질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물론 월 10만 원 아동수당은 양육가구가 현실적으로 직면하는 비용에 비하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아동수당 도입뿐 아니라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아동보호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온종일 돌봄체계 구축 등을 통해 부모가 자녀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또한 아동 입원진료비를 올해 10월부터 5%만 부담하도록 인하하고, 어린이 인플루엔자 무료 접종 등도 함께 추진하여 아동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는 “아동수당을 준다고 아이를 낳겠느냐”는 것이다. 저출산 문제는 아동수당뿐만 아니라 일자리·주거·교육 등 사회적 구조를 결혼·출산 친화적으로 혁신하는 다른 정책들이 함께 어우러진다면 장기적으로 완화되리라 기대한다. 다만 그 질문은 ‘아동수당을 주면 아이들이 더 건강해지고 행복해지느냐’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동수당을 통해 아이가 동화책을 한 권이라도 더 구입해 볼 수 있게 되고, 가족과 함께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한 번이라도 더 먹을 수 있게 되는 모습을 그려본다. 이처럼 아동수당은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투자다.

아동수당 지급을 위해서는 향후 5년간 약 9조6000억 원이 들 예정이다. 작지 않은 규모지만 7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재원 대책과 함께 발표한 국정과제 소요재원 178조 원에 이미 포함되어 있다. 즉 재정 당국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재원 마련 방안을 준비한 정책이다.

아동수당 도입을 위해 정부에서 준비한 법안과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다. 국민적 기대와 관심이 매우 큰 만큼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되고 합의되어 내년 7월부터 차질 없이 아동수당이 지급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아동수당#저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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