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초유의 경제실험이 될 ‘소득주도 성장’ 정책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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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어제 국무회의에서 가계소득을 높여 성장동력으로 삼는 ‘소득주도 성장’을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으로 확정했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인상 등 정부가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서민층의 소득을 늘리고 공공일자리를 만들어주면 소비 증가→내수 확대→투자 증가→3% 경제 성장의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획기적 논리다. 문 대통령이 “우리 경제의 패러다임을 전면적으로 대전환한다는 선언”이라고 밝혔듯이 정부가 직접 분배에 개입해 저성장과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변혁적인 정책 전환이다.

대기업 수출 증대가 투자와 소득 증대로 이어졌던 지금까지의 선진국 추격형 성장모델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정부의 현실 인식은 일리가 있다.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2%대의 저성장이 고착되고 가계-기업, 대-중소기업, 내수-수출 사이의 격차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모델이 절실한 것도 사실이다. 문 대통령은 의원 시절인 2014년 규제개혁을 통한 내수 활성화를 골자로 한 박근혜 정부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부채주도 성장정책’이라고 비판하며 ‘유능한 진보의 성장담론’으로 소득주도 성장론을 제시한 바 있다.

홍장표 경제수석이 설계한 이 대안적 성장모델은 그러나 국제노동기구(ILO) 등에서 이론으로 논의됐을 뿐 국가 정책으로 집행된 사례를 찾기 어렵다.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2003∼2010년 빈곤층 현금지원책 ‘보우사 파밀리아’로 분배와 성장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지만 원자재 호황이었던 당시 글로벌 경제 환경을 감안하면 소득정책만의 성과로 보기엔 거리가 있다.

향후 5년 동안 일자리, 복지, 교육 등에 사용하는 예산 지출 증가율을 경상성장률(실질 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보다 높일 방침이면서 얼마나 소요되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것도 책임 있는 정부의 자세라고 할 수 없다. 무엇보다 한국 경제 위기의 근본적 요인인 구조적 문제를 외면한 것은 치명적이다. 서비스산업과 노동시장 구조개혁 없이 저임금 해소와 민간 일자리 창출은 불가능에 가깝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 조사에서 138개국 중 105위인 정부 규제 부담 문제부터 고치지 않고 돈부터 퍼주겠다는 새 정부의 정책도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경제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한 이상 이제 한국은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세계 초유의 실험에 돌입하게 됐다. 어느 나라도 완주한 적이 없는 길인 만큼 정치권과 정부는 유연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 증세와 지출 구조조정 등 고통이 따르는 변화를 감내하려면 여야가 각자의 지지층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새 정부의 패러다임 변환이 후세에 빚만 남기는 포퓰리즘으로 기록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경제 패러다임 전환#홍장표 경제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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