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a&]빅데이터 기술로 ‘바이오헬스 강국의 꿈’ 이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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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위한 규제 완화 시급

정부가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7일 판교에서 바이오헬스 업계와 간담회를 갖고 4차 산업혁명 대비 바이오헬스 산업 발전 전략을 발표했다.

바이오헬스 산업은 의료·건강서비스, 의약품, 의료기기 산업 등을 통칭하는 용어이다. 2016년 기준 세계 시장 규모가 8조5000억달러로, 세계 GDP의 10%를 넘는 거대 시장이다.

바이오헬스 산업에도 최근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의료계에서 이미 수년 전부터 논의되던 미래 의료서비스의 이상향인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 맞춤의료(Personalized Medicine)의 개념이 4차 산업혁명의 대두로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점차 탄력을 받는 추세다.

바이오헬스 분야의 4차 산업혁명은 데이터 기반, 맞춤형, 생태계 확장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의료인 개인의 지식과 경험 대신 데이터에 근거하여 제품과 서비스가 공급되고, 개인의 특성에 관계없이 처방되던 의약품도 개인별 유전적 특성이나 질환의 차이에 따라 맞춤형으로 처방된다. 지금까지 바이오헬스 산업이 병원, 제약사, 의료기기회사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IT 기업, 보험사, 피트니스 기업 등 다양한 업종이 참여하면서 생태계의 외연도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기업들은 변화의 흐름을 꿰뚫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IBM의 인공지능 ‘왓슨’은 의료 분야에 접목돼 전 세계 50여개 병원에서 의사들의 진단과 처방을 보조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애플과 구글은 스마트폰 운영체제(OS)를 바탕으로 개인 건강관리 시장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유전체 분석 서비스 분야의 세계 1위 기업인 ‘23andMe’는 90만명에 달하는 유전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 신약 개발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그밖에 로봇, 3D 프린팅 기술을 의료기기에 접목시켜 수술의 정확도를 높이거나 개인 맞춤 보형물을 제작하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그동안 우리나라 바이오헬스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들을 힘겹게 쫓아가는데 만족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이라는 대 변혁기에 접어들면서 우리 기업들도 도전해 볼 분야가 많다는 것이 업계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우리나라 병원들이 보유한 방대한 의료데이터, 의료 분야에 집중된 최고의 인재, 발달된 IT 기술력 등 우리나라가 보유한 강점도 상당하다는 것이다.


정부와 업계 손잡고 분산형 빅데이터 구축 시스템 가동


이번에 발표된 바이오헬스 산업 발전전략도 우리의 강점을 극대화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특히 눈여겨볼 만한 대목은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이다. 그동안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많았지만 현실화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여기에는 의료데이터가 개인정보이므로 쉽게 주고받기 어렵다는 법적인 문제와 함께, 디지털화된 데이터의 속성상 한번 넘겨주면 무한한 활용과 가치창출이 가능한데 현재 시점에서 그러한 가치를 미리 예측키 어렵다는 경제적인 문제가 복합되어 있다.

산업부는 간담회와 동시에 분산형 바이오 빅데이터 추진TF를 발족하고 민관 합동으로 상세한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분산형 바이오 빅데이터를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의료·건강서비스 분야 유망 비즈니스모델 기획과 시범사업은 물론, 신약 개발에도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혁신생태계 구축, 실수요바탕 의료기기 개발. 수출확대 지원도

이와 함께 산업부는 창업 초기기업에 대한 투자 확대, 벤처와 대기업간 기술이전을 통한 개방형 혁신 가속화 등 혁신적인 생태계 구축도 지속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병원의 실제 수요를 바탕으로 의료기기를 개발해 사업화 가능성을 높이고 해외 인허가에 대한 지원도 확대해 수출도 점차 늘려나가기로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을 일궈낼 주체는 결국 기업들”이라며 “정부는 그 기업들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규제를 개선하고 자금, 인력 등 부족한 부분을 집중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선진 기술 격차…어떻게 추격할까
바이오헬스 산업 매년 5.9% 성장·2025년 14조 달러 전망


바이오헬스 산업은 연구개발(R&D)에 엄청난 시간과 자금이 투입되기 때문에 미국과 독일, 스위스, 일본 등 선진국이 주도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와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로 바이오헬스 산업은 팽창하고 있다. ‘비즈니스 리서치’는 세계 바이오헬스 시장이 매년 5.9%씩 성장하며 2016년 8조5409억달러에서 2025년에는 14조3591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은?100만명의 임상정보·유전체·생체시료 데이터 확보에?2016년 1300억원 투입하는 등 선진국들은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화이자와 로슈 등 글로벌 제약사는 유전체분석기업과 협력해 유전체 빅데이터 기반 맞춤신약을 개발 중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바이오헬스 산업 경쟁력은 선진국에 비해 절대적으로 열세다. 의료·건강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 구축은 각종 규제로 답보 상태다. 최근 바이오시밀러 개발이나 바이오의약품 생산 시설 확충 등에 소기의 성과를 보이고 있으나, 맞춤 의약품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로 몇몇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개발 기술을 연구하는 수준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AI, 3D프린팅, 로봇 등을 활용한 새로운 의료기기 분야도 선진국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산업 전환기에 다양한 벤처기업들이 고속 성장하는 것처럼, 우리 기업들도 사업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분야가 많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보유한 강점을 잘 살릴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많다.

우리의 강점으로 손꼽히는 분야는 데이터, 인재, 기술이다. 먼저, 우리나라는 세계적 수준의 바이오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92%에 달하는 세계적 수준의 병원 정보화 시스템 보급률에 힘입어 디지털화된 방대한 의료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도 전 국민의 진료기록이 축적되어 있다.

다음으로, 우수한 바이오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바이오산업의 석박사급 인력 비중은 타 산업 평균에 비해 세 배 가량 높고, 의과대학은 지난 20년간 대학 합격선 1위를 줄곧 유지하는 등 우수한 인재가 집중되어 있다.

풍부한 IT 인프라와 의료 한류 또한 우리가 가진 강점이다. 세계적 수준의 IT 기술과 의료 한류 등도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의 개발과 확산에 유리한 조건이다. 세계적 수준의 IT기술과 IT인프라를 통해 BT와 IT가 융합된 제품과 서비스를 빠르게 개발·확산시킬 수 있으며, 확산되는 의료 한류는 우리 바이오헬스산업이 세계로 진출하는 데 유리한 조건이다.

바이오헬스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산업부가 발표한 바이오헬스 산업 발전전략은 4차 산업혁명을 실제 비즈니스 관점에서 들여다 본 대책”이라며 “정부의 정책 의지가 실제로 투자로 이어지면 바이오헬스 분야에서도 선진국과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기획=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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