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독자서평]경쟁이 낳은 무기력 인간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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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와 함께하는 독자서평]
◇문제는 무기력이다/박경숙 지음/324쪽·1만3500원/와이즈베리

 ※지난 일주일 동안 387편의 독자서평이 투고됐습니다. 이 중 한 편을 선정해 싣습니다.

 ‘하루를 잘 보내면 그 잠은 달다. 인생을 잘 보내면 그 죽음이 달다.’ 철학자 윌 듀랜트의 저서에서 한 문장을 인용한 것이다. 그런데 하루하루를 바쁘고 치열하게 살면서도 연말마다 아쉽고 후회만 남는다. 왜 그럴까? ‘문제는 무기력이다’라는 책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무기력과 게으름이 같은 의미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겉으로는 부지런하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무기력한 사람도 많다. 바로 ‘은밀한 무기력’에 빠진 사람들이다. 자신이 목표로 삼은 일에 쏟아야 할 에너지를 다른 일에 쓰는 것도 무기력의 일종이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원하는 삶에서 멀어지고 에너지를 허투루 낭비하는 상황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연초에는 많은 목표를 세우면서 그에 맞춰 금세 변화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목표는 오래가지 못한다. 생활 패턴이 원래 습관대로 돌아가기 때문에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싶어도 달리지 못한다.

 왜 무기력해지게 되었을까?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무기력을 학습해왔다. 세상에 뛰어드는 아이들을 향해 강압적으로 엄격하게 지시하는 부모가 적지 않아서다. 이런 부모 아래서 아이는 자신의 힘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여기게 된다. 해야 할 일을 미루고 갖은 핑계를 대며 소극적으로 반항하는 일이 생긴다. 이런 행동은 성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성인이 된 이후에 마주하는 사회도 무기력을 권한다. 무한 경쟁으로 인해 과정보다는 결과에만 힘이 실리기 때문에 과정을 들여다보려고 하지 않는다. 경쟁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는 사회적 구조는 점점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성인이 되어서까지 우리는 무기력을 끊임없이 학습하기 때문에, 스스로 능력이 있음에도 시도조차 하지 않는 학습된 무기력에 빠진다.

 무기력이 습관화되어 있는 사람들이 무기력을 극복하기란 어렵다. 무기력에서 탈출하려고 더 큰 목표를 두면 오히려 더 큰 무기력에 빠질 수 있다. 무기력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선 자신만의 인생을 걷는 데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한다. 남들이 말하는 성공을 좇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길을 찾는 것만이 진정한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이다. 그저 살아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는 것, 이것이 이 책을 통해 얻게 되는 의미다.

김지선 서울 양천구 신정동
#문제는 무기력이다#박경숙#무기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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