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브레송·비틀스… 그들은 어떻게 브랜드를 예술로 만드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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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와 아티스트, 공생의 법칙/제랄딘 미셸 외 11인 지음/배영란 옮김/296쪽·1만9000원·예경

 “느닷없이 하늘에서 떨어진 빈 코카콜라 병은 부시맨 부족에게 뱀 가죽을 평평하게 펴고 곡물을 빻거나 음악을 연주하는 데 좋은 도구가 됐다. 하지만 그로 인해 ‘공유할 수 없는 무언가’를 처음 갖게 된 부족은 불화와 폭력을 경험한다. 주인공 카이는 모든 걸 예전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이 ‘신의 선물’을 신에게 돌려주기 위해 떠난다.”

 저자는 서문에 “기업과 계약을 맺지도 않은 아티스트가 작품에 특정 상품 브랜드를 사용하는 방식과 까닭을 이해하기 위해 책을 썼다. 목차에서 눈에 띄는 부분에 집중해 자유로이 책장을 넘겨도 좋다”고 밝혔다. 화가 에드워드 호퍼와 뱅크시,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영화 007 시리즈와 아메리칸 사이코, 비틀스와 제이 지 등이 독자에게 제시한 기항지다.

 기자는 여덟 살 때 국내 개봉한 영화 ‘부시맨’을 골라 들췄다. 40세 이상 독자 중에는 빈 콜라병을 들고 씩 웃음 짓는 부시맨의 얼굴을 기억하는 이가 적잖을 거다. 이 책에서 부시맨에 대해 다룬 글은 단 7페이지. 그 짧은 글 덕에 대평원 끝 계곡 아래로 콜라병을 집어던지던 부시맨의 이미지를 33년 만에 ‘반지의 제왕’에 연결시킬 수 있었다.

 “이 영화는 코카콜라를 결코 호의적으로 묘사하지 않았지만 그 브랜드는 독보적 지위를 인정받는 분위기로 나타난다. 코카콜라 측이 영화 내용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까닭을 거기서 찾을 수 있다.”

 대표 저자는 프랑스 파리1대학 경영대학원에서 브랜드와 가치 연구를 담당하는 교수다. 나머지 11명도 모두 경영학 전공자다. 지루했던 대학 경영학 강의와 닮은 부분을, 책 제목 외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손택균기자 sohn@donga.com
#브랜드와 아티스트 공생의 법칙#제랄딘 미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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