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난 극심한 베네수엘라 대통령 카스트로 생일 파티에 4억원 펑펑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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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사회주의 천국’을 자처했지만 최악의 경제난으로 수많은 국민이 굶어죽을 위기에 처한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사진)이 이웃 쿠바의 독재자 피델 카스트로의 생일 축하를 위해 40만 달러(약 4억5000만 원)를 쏟아부은 사실이 알려져 빈축을 사고 있다.

19일 폭스뉴스와 마이애미헤럴드에 따르면 13일로 90세 생일을 맞은 카스트로를 축하하기 위해 마두로 대통령은 자신의 인솔 아래 80명의 사절단을 이끌고 쿠바 수도 아바나를 찾았다. 축하 사절단에는 마두로 대통령 부부와 프레디 나네스 문화부 장관 그리고 현지서 펼쳐진 축하콘서트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이 포함됐다. 유명 토크쇼 진행자로 마두로 대통령을 지지해 베네수엘라 최대 국영TV 사장으로 발탁된 윈스턴 발레닐라의 사회로 진행된 2시간의 축하공연은 2개 국영 채널을 통해 베네수엘라로 생중계됐다.

베네수엘라 야당 의원 카를로스 베리스베이티아에 따르면 마두로 대통령은 이번 쿠바 원정에 1시간 운영비가 2만5000달러 안팎인 대통령 전용기를 이용했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아바나까지 비행 시간이 2시간이므로 왕복 비행에만 10만 달러를 쓴 것이다. 이틀간 아바나에 머문 대통령 부부의 숙식비로 18만5000달러(약 2억800만 원)가 들었다. 여기에 공연 출연진의 출연료와 위성 중계료까지 합치면 국비에서 출연된 돈이 40만 달러를 넘는다는 것이다.

쿠바와 베네수엘라는 사회주의 동맹국이다. 카스트로는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현 마두로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로 융숭한 대접을 받아 왔다. 하지만 차베스 시절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바탕으로 한 ‘오일 머니’로 사회주의 맹주를 자처한 베네수엘라는 2014년 말 이후 유가 폭락과 외환 통제 정책 실패로 극심한 식량난과 생필품난을 겪고 있다. 굶주림으로 성난 국민의 식료품점 약탈과 폭동이 빈발해 식량과 생필품 조달을 위해 이웃 콜롬비아와 국경까지 개방했다. 이런 실정으로 야당으로부터 탄핵 위기에 몰린 마두로 대통령이 이웃 나라의 은퇴한 정상 생일 축하를 위해 초호화 파티를 열어 준 것이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베네수엘라#사회주의#호화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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