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체돌린스의 ‘미미’ 호소력 넘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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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푸치니 축제 오페라 ‘라보엠’

16일 밤 이탈리아 토스카나 주 호숫가 마을에서 공연된 푸치니 ‘라보엠’ 2막. 미미(앉은 사람 왼쪽에서 세 번째)가 로돌포의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토레델라고(이탈리아)=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16일 밤 이탈리아 토스카나 주 호숫가 마을에서 공연된 푸치니 ‘라보엠’ 2막. 미미(앉은 사람 왼쪽에서 세 번째)가 로돌포의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토레델라고(이탈리아)=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다행히 달밤이로군요. 아가씨 잠깐, 내가 누구고 뭘 하는 사람인지 들어 줄래요?”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 1막. 시인 로돌포 역 아마디 라가의 노래처럼 둥실 밝은 달이 빛났다. 무대조명이 아닌 실제 달이 예쁘게 무대와 그 뒤편 호수를 비추고 있었다. 16일 밤 이탈리아 토스카나 주 서부 마사추콜리 호숫가에 면한 ‘토레델라고 푸치니’ 마을. 호숫가에 설치한 무대를 배경으로 열리는 ‘푸치니 페스티벌’ 개막 이틀째 밤이었다.

푸치니는 1924년 후두암으로 투병 중 리브레토 작가 포르차노에게 “나중에 야외에서 내 오페라가 공연되는 걸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죽고 6년 뒤 포르차노의 주도로 푸치니가 생애 대부분을 살며 ‘라보엠’ ‘토스카’ ‘나비부인’ 등 걸작 오페라를 쏟아냈던 호숫가에서 ‘라보엠’ 공연이 열렸고, 1949년부터는 매년 열리는 야외 오페라 축제가 되었다. 매년 7, 8월 푸치니 작품 네 작품씩을 돌아가며 공연한다. 전설적인 테너 마리오 델 모나코는 여기에서 오페라 ‘외투’로 은퇴 공연을 했고, 바리톤 티토 고비는 이곳에서 연출가로 데뷔했다. ‘스리 테너’의 일원이었던 플라시도 도밍고는 이곳에서 종종 지휘봉을 든다.

호숫가의 무대 반대편에 설치된 객석 4000석은 공연 시작 전에 뒤편 일부를 제외하고는 거의 가득 메워졌다. 길거리의 포스터 한 장까지 사실적으로 1840년대 파리를 재현한 무대는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바로 몰입감을 선사했다.

파비오 마스트란젤로가 지휘한 이날 무대에서 가장 기대를 모은 인물은 여주인공 미미 역의 소프라노 피오렌차 체돌린스였다. 밀라노 라스칼라를 비롯한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푸치니의 히로인 거의 모두를 노래하고 있는 주인공이다. 윤곽이 뚜렷한 이목구비와 큰 키, 약간 낮게 위치한 공명점은 가녀린 미미의 이미지와 맞지 않았지만 그는 낙차 큰 강약 대비와 자유로운 음색 전환으로 호소력 있는 미미를 전달했다. 1막을 마무리하는 높은 C음에서 순간적으로 소리가 꺾여 객석에서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상대역인 시인 로돌포 역의 테너 아마디 라가는 맑은 음색과 순진한 이미지로 어필했지만 표현의 세공은 부족했다.

극사실적으로 정성을 들인 무대에 비해 무대 진행은 약간의 실수가 있었다. 콜리네가 계단을 구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두 연인이 사랑을 싹틔우는 상징인 ‘꺼진 촛불’ 장면에선 촛불이 꺼지지 않았다. 오케스트라는 1막 초반 크고 작은 삐걱거림을 내보였지만 두 연인이 만나기 직전 제 컨디션을 되찾았다. 4막, 죽은 미미를 애도하는 전 관현악의 절절한 화음이 잦아들고, 고요한 호반은 갈채와 환호성으로 뒤덮였다.

다음 날인 17일 밤에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고향’인 베로나의 로마시대 야외경기장에서 11년 만에 베로나 오페라 축제의 상징과도 같은 베르디 ‘아이다’가 공연됐다. 대구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겸 푸치니 고향 루카의 질리오 극장 음악감독도 맡고 있는 줄리안 코바체프가 지휘봉을 들어 특히 한국인 관객들의 많은 환호를 받았다.

토레델라고(이탈리아)=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푸치니 축제 오페라#라보엠#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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