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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경제의 눈]사내유보금 명칭 ‘세후재투자자본’으로

김진욱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입력 2016-07-11 03:00업데이트 2016-07-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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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김진욱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기업의 사내유보금을 둘러싼 논란은 잊을 만하면 되풀이된다. 주로 경기부진의 원인 중 하나로 늘어난 사내유보금이 지목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분석이다.

이런 분석은 사내유보금에 대해 세간에 퍼져 있는 두 가지 오해에서 기인한다. 바로 ‘사내유보금은 기업 금고에 쌓인 현금이다’와 ‘투자를 하지 않아서 유보금이 쌓였다’라는 것이다.

회계학 용어가 아닌 사내유보금을 회계학적으로 분석해 보면 이런 오해를 막을 수 있다.

우선 사내유보금은 금고 안 현금이 맞을까. 회계원리 강의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 하나를 꼽으라면 ‘자산=부채+자본’이라는 공식이다. 이 등식은 재무상태 표를 요약해주는 설명인데 그 의미는 간단하다. 기업의 자산은 그 원천이 자기자본과 부채를 통해 조달한 타인자금에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부르는 사내유보금은 자본 항목 중 일부인 이익잉여금(배당이 차감된 이익의 누적액)과 자본잉여금(주식을 액면 금액 이상으로 발행한 차액)의 합계를 의미한다.

즉 사내유보금은 현금 등의 자산이 아니라 자산의 조달 원천을 뜻한다. 따라서 사내유보금의 많은 부분은 기계나 공장 등으로 이미 재투자됐으며 일부만 현금성 자산으로 존재한다. 반대로 기업이 가진 현금은 그 원천이 사내유보금일 수도 있고 차입금일 수도 있다.

두 번째 오해는 ‘사내유보금이 증가하는 것을 보니 기업이 투자에 소극적이다’란 논리에서 시작된 것 같다. 사내유보금 증가가 사회적으로 나쁜 징후인가. 이에 대한 해답은 사내유보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익잉여금의 정의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익잉여금은 ‘법인세 비용이 차감된 당기순이익 중 배당되지 않은 부분을 기업 창립 이래 매해 합산한 누적액’이다. 수익성 있는 기업 활동이 지속된다면 사내유보금은 매년 축적돼 증가하게 된다. 배당을 늘리면 사내유보금이 감소하지 않느냐고 물을 수 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주주는 기업의 이익률이 그들의 최소요구수익률보다 낮을 경우에만 배당을 요구한다. 수익성 높은 기업일수록 배당에 대한 요구가 적어지고, 이는 사내유보금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사내유보금을 둘러싼 오해의 출발은 그 용어의 모호함에 있는 듯하다. 학생들에게 회계를 가르치는 필자는 사실 그 어떤 회계기준, 교과서 및 법전에서도 이 용어를 접한 바 없다. 미국과 일본 등 해외 사례를 조사해 봐도 이에 해당하는 용어는 존재하지 않았다. 상황이 이러하니 용어를 접하는 사람마다 아전인수 격으로 사내유보금을 이해하고 오해하는 것이 오히려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더욱이 용어에 분명히 ‘금(金)’이라는 글자가 있으니 자본이 아닌 현금(자산)으로 오해하여 불필요한 마찰이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내유보금을 좀 더 적합한 용어로 대체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용어는 사내유보금이 가진 회계학적 의미를 잘 드러내야 한다. 이를 위해 고려해야 할 점은 사내유보금이 주주가 배당받기를 포기하고 기업에 ‘재투자’의 원천으로 남겨놓은 이익이라는 것이다. 이때 사내에 유보되는 이익은 ‘세금을 납부한 후의 금액’으로 국가의 몫은 이미 제해진 액수이다. 아울러 무엇보다 사내유보금의 태생적 성격이 ‘자본’이라는 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요약하자면 새로운 용어는 재투자의 원천으로 기업에 남겨놓은 주주 몫의 세후 이익이라는 의미를 잘 전달해야 한다. 이를 일곱 글자로 요약하여 ‘세후재투자자본’이라고 칭하기를 제안한다. 의미도 맞지 않고 기원도 알 수 없는 사내유보금은 마땅히 폐기돼야 할 용어이다.

김진욱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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