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불로소득 김준영 대표, "게임은 예술, '레든' 다음 작품에도 메시지 담아"

동아닷컴 입력 2016-06-20 18:35수정 2016-06-20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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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9월, 국내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 사이트에 액션 모바일게임 '레든'이 등록됐을 때만 하더라도 이 게임은 그저 '텀블벅' 내 모금 대상 중 하나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 게임은 고물들이 과거 자신의 일부로 만들어진 무기의 시절을 회상하는 참신한 스토리, 바람을 타고 장애물을 피해 목표물을 정확히 노리는 직관적인 플레이 방식, 무기마다 정해진 스킬을 활용하는 전략성 등을 내세워 총 67명의 후원자로부터 약 420만 원 모금을 이끌어냈다.

이와 함께 '인디와 함께하는 유니티 쇼킹 프로젝트' 선정, 제1회 '오픈 플레이 데이' 출품, 제9회 '힘내라 게임인상' 상위 10위 권 진입 등 여러 화제 모으면서 '레든'은 주목할 만한 인디게임으로 평가를 받았다. 또한, 2015년 7월 구글플레이 및 애플 앱스토어를 통한 정식 출시까지 이어져 크라우드 펀딩으로 게임이 완성된 모범 사례를 남겼다.

레든 텀블벅 페이지 (출처=텀블벅)

이로부터 1년이 다 지나가는 2016년 6월 현재, '레든'을 개발한 팀 불로소득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는 게이머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지난 4월 구글플레이 인디게임 페스티벌에서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도 신작이 아닌 '레든'을 그대로 선보였다.

하지만, 팀 불로소득이 결코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다. 프로그래밍을 담당하는 김준영 대표, 그래픽 부문을 맡은 이유진 두 명으로 이뤄진 소규모 인디게임 개발팀인 탓에 진척이 더딜 수는 있지만 '레든'의 업데이트, 차기작 준비 등이 착실히 진행 중이다. 이에 팀 불로소득의 김준영 대표를 만나 더욱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Q. 팀 불로소득의 근황을 궁금해하는 게이머들이 많다.
A. 팀 불로소득은 내가 프로그래밍을 맡고, 이유진 씨가 아트 디자인을 맡은 2인 인디게임 개발팀이다. 기획은 번갈아가면서 자유롭게 참여하며, '레든'은 내가 기획을 맡았기 때문에 신작은 이유진 씨의 기획을 토대로 개발 중이다. 팀 이름대로 생계수단의 게임보다는 플레이와 업무를 양분하는, 작품성을 중시해 좀 더 예술에 가까운 게임을 오랫동안 시도하려고 한다. 소규모 인원이다 보니 여타 인디게임 개발팀보다 행보가 상대적으로 느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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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불로소득 김준영 대표 (출처=게임동아)

Q. '레든'에 대해 준비하고 있는 것은 따로 없나? 마지막 업데이트 일자가 지난 2015년 9월이다.
A. '레든'의 업데이트 역시 준비 중이다. 맵을 외우지 않아도 오랫동안 플레이할 수 있는 무한 모드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순풍 및 역풍 지역을 줄이는 대신 중력에 순응하면 스킬을 사용할 때 필요한 게이지가 회복되는 시스템도 고려 중이다.

사실 '레든'은 출시 직후부터 시스템에 여러 오류가 존재했다. 원작 소설을 비롯해 에피소드마다 개성적인 스토리가 존재해 여기에 이끌린 게이머가 많았지만 게임 난이도에 막혀 손을 놓는 사례가 자주 있었다. 또한, 개발자로서 상징적인 아이템 등 숨겨진 요소를 준비했지만 알아보는 게이머가 적어 아쉬웠다. 업데이트를 통해 이러한 단점을 많이 개선하고 싶다.

Q '레든'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것 같다. 이에 대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A. '레든'은 지난 2011년부터 시작된 작품이다. 당시 집필한 원작 소설을 게임으로 발전시켜보겠다고 처음 도전했을 때 반응이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미련을 버리지 못해 팀원을 모으면서 다시 도전했고, 크라우드 펀딩 성공에 이르렀다.


레든 플레이 화면 (출처=게임동아)

Q. '레든'을 포기하지 않았던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인디게임을 개발하고, 관계자들과 만나면서 게임이란 소재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 또한, 활자만으로 내용을 표현해야 하는 소설의 한계에서 벗어나 그래픽과 사운드를 활용해 복합적인 장치를 완성해나가는 과정 역시 즐겁고 보람찼다. 게임을 싫어해 단편적인 요소만 보고 평가절하했던 과거의 자신과 비교하면 사고방식이 많이 바뀌었다.

다만, 게임에 대해 너무 몰라서 저지른 실수가 후회도 된다. 예를 들어 처음으로 '레든'을 개발할 땐 튜토리얼 과정을 비롯해 사용자 인터페이스도, 캐릭터 대사도 없다 보니 게임을 플레이한 게이머로부터 평가가 좋지 않았다. 게임에 대한 무지와 아집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레든' 플레이 중 나타나는 잔혹한 묘사에 대해서도 반성할 점이 있다. 본래의 기획 의도는 사람들의 분쟁에 관여한 무기체들의 인간미 없는 모습을 부각시키고, 피로 얼룩진 역사에 대해 반성하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사람들에게 버려진 도구가 예전에 사람을 죽일 때 사용됐다는 아이러니한 설정 역시 기획 의도 중 일부였다. 혐오적인 행동을 모방해 상대에게 반성의 계기를 제공한다는 '미러링'에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피격 부위에 따라 획득 점수가 달라지는 시스템이 들어가니 게이머들은 더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혈안이 되면서 기획 의도가 훼손됐다. 이 밖에 게이머들의 편의성을 챙겨주지 못한 점도 반성한다.

Q. 자신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평가가 꽤 냉정하다. 그럼 기대에 만족할 만한 게임을 찾기 어렵지 않은가?
A. A. 사실 지난 구글플레이 인디게임 페스티벌에 나갈 때도 아무 기대 없이 나왔다. 인디게임 관계자가 아닌 구글이라는 국제적인 대기업이 개최해 대중성에 치우친 획일화된 게임들이 뽑히지 않을까 걱정했다. 또한, 우수개발사 선정 혜택들도 완성된 게임엔 크게 도움이 되는 것도 없었다. 그러나 직접 현장에 가보니 새롭거나 감성을 자극하는 독특한 게임이 많아 인상적이었다. 특히, '레드브로즈: 붉은두건용병단'을 개발한 플레이하드가 기억에 남는다.

레든 플레이 화면 (출처=게임동아)

Q.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행사가 열렸으면 좋겠는가?
A. 전문 심사위원, 게임 개발자 중심으로 뭉친 비평가 성격의 행사와 게이머들이 쉽게 찾아와 즐기는 행사 모두 활발하게 열렸으면 좋겠다. 특히, 부산 인디게임 커넥트 페스티벌이나 지스타에서 만난 초등학생, 일반인 관람객들로부턴 내가 놓쳤던 부분을 깨닫는 단서를 얻어 좋았다. 게임이 서브컬처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다양성이 보장되는 시장 저변 확대를 꿈꾸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가 더 많이 마련됐으면 좋겠다.

Q. 관련 행사가 많아져서 팀 불로소득의 활동도 늘어나기를 기대해본다. 그런 의미에서 앞서 이야기했던 신작이 어떤 게임인지 궁금하다.

A. 짧은 시간 안에 게이머의 순발력을 시험하는 모바일게임을 개발 중이다. 8세의 소녀들이 추락하면서 19세 성인으로 성장하는 약 2분의 시간 동안 게이머는 친구의 손을 잡거나 담배를 고르는 등 다양한 선택을 하게 된다. 이 선택들이 소녀들의 우정에 영향을 끼치면서 관계가 변하며, 퍼즐을 맞추듯이 인생 스토리가 완성되는 게임을 목표로 삼고 있다. 정해진 스토리는 30개 정도로 예상하고 있지만 정해진 루트를 벗어나도 게임 오버 없이 하나의 스토리로서 완성되도록 구상 중이다.

게임 내 각종 오브젝트가 자연스럽게 무작위로 등장해야 하는 만큼 '레든'의 무한모드를 통해 연습해볼 생각이다. 또한, 2분이 지나 끝까지 추락한 소녀들의 성장 과정을 약 15초 분량으로 축약하는 연출 등도 고민하고 있다. 이번 신작에서는 우정의 허울, 허상에 대해 표현하고 싶다.

Q. 향후 인디게임 개발에 대한 진로, 가치관, 후발 주자들에 대한 조언이 있다면 듣고 싶다.
A. 개인적인 바람으로 프로그래밍 외엔 다른 분야의 문화, 실험적인 요소를 게임으로 풀어나갔으면 좋겠다. 모바일게임이 획일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있지만 이러한 방향성으로 도전하면 아직 가능성이 남았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다른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게임에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또한, 인디게임은 많은 것으로부터 독립해야 인디게임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시장논리로부터 독립하고 싶은 만큼 기존의 클리세를 깨부수는 개발자가 늘어나기를 바란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김원회 기자 justin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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