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일 안하는 19대 국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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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말 넉달간 법안처리율 2.7%… 17, 18대보다 낮아
상임위 4곳 올들어 회의 한번 안해… 1만74개 법안 결국 폐기될 상황

‘역대 최악’이라는 19대 국회의 오명은 마지막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임기(다음 달 29일)를 한 달 남긴 상황에서 올해 1∼4월 처리된 법안이 전체 접수된 법안의 2.7%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회가 ‘작동 불능’ 상태에 빠진 셈이다. 이 때문에 “일하지 않는 국회의원에게 월급도 주지 말라”는 비판이 나온다.

○ 19대 국회, 총선에 밀려 상임위 올스톱

동아일보가 28일 바른사회시민회의의 자료를 입수한 결과 17∼19대 국회 임기 마지막 해 상임위원회 전체회의가 19대는 39회 열려 같은 기간 17대(46회), 18대(78회)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총선을 앞뒀던 18대 국회에 비해선 절반에 그쳤다. 4·13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공천 파문과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사태 등으로 국회가 마비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특히 16개 상임위 가운데 국토교통, 환경노동,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4곳은 올해 1월부터 단 한 차례도 전체회의가 열리지 않았다. 17대 때는 1곳, 18대 때는 2곳이 전체회의를 열지 않았다.

19대의 마지막 4월 임시국회도 이들 ‘불량 상임위’의 가동 전망은 어둡다. 농해수위는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김우남 의원과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안효대, 더민주당 박민수 의원이 모두 공천에서 떨어졌거나 낙선해 사실상 회의를 열 수 없는 상황이다. 농해수위 관계자는 “관련 법률안 상정 등을 계획하고 있지만 낙선자들이 어떻게 할지 몰라 회의가 제대로 진행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미방위도 소속 의원 21명 가운데 위원장인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과 더민주당 간사 우상호 의원 등 7명만 당선되면서 정상적인 위원회 운영이 어려운 상태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이옥남 정치실장은 “아무리 총선을 앞두고 있다 해도 4개월 동안 상임위를 제대로 열지 않았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국회의원들이 직무유기를 하면서 4개월 동안 세비만 받아 선거운동을 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 임기 말에도 법안 처리 나 몰라라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하루빨리 민생경제 법안을 통과시켜 19대 국회가 최악의 국회라는 국민적인 비판을 모면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음 달 19일에는 여야가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열기로 합의한 상태다. 그러나 여야가 쟁점 법안에 대한 견해차가 큰 데다 일부 상임위는 사실상 중단되면서 제대로 본회의가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19대 국회의 임기 말 법안 처리 실적도 낙제 수준이었다. 올해 1∼4월 처리된 법안은 전체 접수된 법안의 2.7%에 불과했다. 17대는 8.7%, 18대는 3.5%였다.

19대 국회 전체로 기간을 넓혀도 법안 처리율은 43.3%(9일 현재)로 17대(57.9%), 18대(54.7%) 때보다 처리율이 1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마지막 본회의가 남아 있지만 현재 1만74개 법안이 폐기될 상황에 놓였다.

경희대 이영조 국제대학원 교수는 “올해 여야가 선거구 획정이나 공천 문제를 빨리 처리하지 못하고 선거에만 매달린 결과”라며 “국회의원이 세비를 받고도 입법 활동을 안 한 셈이니 국회에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송찬욱 기자 song@donga.com
#19대 국회#상임위#법안#법안처리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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