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러브 스테이지] 125억짜리 마타하리, 지루함과 황홀함 사이…

스포츠동아 입력 2016-04-07 05:45수정 2016-04-07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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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마타하리는 한국 뮤지컬이 지닌 저력을 보여준 대형 창작 뮤지컬로 배우들의 명연기와 무대가 빛을 말한 작품이다. 라두 대령 역의 김준현(왼쪽하단)과 고혹적인 춤을 선보인 마타하리 옥주현, 아르망 역의 엄기준(왼쪽하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 뮤지컬 마타하리

흥행 작곡가 와일드혼의 극적음악
11년 무대내공 옥주현의 명품연기
“볼 것이 무대뿐…” 정반대 평가도


“마지막 태연한 표정으로 키스를 우아하게 보내고/조심히 잊지 못할 기억을 줘/음악이 끝난 후에도/영원할 내 춤을” (마타하리 ‘마지막 순간’ 중에서)

마타하리는 자신의 운명을 예견했던 걸까. 처형대에 선 마타하리는 신조차 호흡을 잊을 만큼 고혹적인 자신의 육체에 총알이 박히기 전, 오른 팔을 길게 휘둘러 키스를 날린다. 그리고 탕! 탕! 탕!

뮤지컬 마타하리를 어떻게 말해야 좋을까. 국내 창작 공연물 초유의 제작비(125억)를 쏟아 부은 대형 뮤지컬. 이 한 줄로 마타하리를 설명할 수는 없다. 돈으로 예술을 살 수는 있지만, 돈만으로 예술을 완성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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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뮤지컬이다. 환상적인 무대, 마타하리를 맡은 두 배우(옥주현과 김소향)의 황홀한 노래와 연기, 흥행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극적인 음악에 환호하는가 하면 “볼 것이 무대밖에 없다”, “지루하다”, “결국 그렇고 그런 사랑 이야기일 뿐”이라는 평가도 있다.

모두 사실이다. 다만 관객의 취향으로만 단정하기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이 작품은 이 모든 걸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객의 극단적인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을 리 없다. 버리면 굳이 욕을 먹지 않아도 될 것들을 눈 딱 감고 챙겼다. 마타하리는 그런 뮤지컬이다.

● 세계적인 극작가·작곡가도 찬탄한 환상의 무대

옥주현(마타하리)과 김준현(라두 대령), 엄기준(아르망) 캐스팅으로 마타하리를 보았다. 마타하리는 1900년대 초반 유럽 전역을 누비며 활동했던 댄서였다. 저 유명한 프랑스 파리의 물랑루즈에서 도발적인 밸리댄스를 선보이면서 대중의 스타로 부상했다. 이국적인 미모와 신비로운 분위기, 당시로서는 파격을 넘어 충격을 안겨준 반 누드댄스는 마타하리란 이름을 ‘여신’과 동격으로 만들었다.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그녀의 본명은 마가레타 거트루드 젤르. 마타하리란 예명은 국내에서도 드라마제목으로 유명한 ‘여명의 눈동자’란 의미를 지닌 말레이시아어였다.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게 매수된 스파이라는 혐의로 프랑스 경찰에 체포되어 1917년 10월 15일 새벽에 총살을 당했다.

1999년 비밀 해제된 영국의 1차 세계대전 관련 문서는 마타하리가 독일을 위해 스파이 활동을 했다는 결정적 증거가 없다고 밝혀 다시 한 번 이 사건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옥주현은 마타하리를 통해 11년간(2005년 아이다로 데뷔) 뮤지컬 배우로서 쌓은 내공을 아낌없이 풀었다. 고혹스러운 댄스 장면에서는 ‘시카고’의 록시 하트가, ‘아르망’과 사랑에 빠진 귀여운 여인에서는 ‘황태자 루돌프’의 마리 베체라가 그려졌다. 사랑을 찾아 목숨을 걸고 베를린으로 떠나는 모습에서는 ‘위키드’의 엘파바가 중첩됐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처형대에 선 그녀에게서 ‘죽음(토드)’의 품에 안겨 눈을 감는 ‘엘리자벳’ 황후가 떠올랐다면 과한 감상일까.

프랑스 정보국의 수장인 라두 대령은 당대의 스타인 마타하리에게 어두운 과거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프랑스의 스파이가 될 것을 강요한 인물이다. 마타하리를 이용할 대로 이용해 먹고는 정작 그녀가 거꾸로 독일의 스파이로 몰려 사형을 당할 때 외면한 차가운 사나이이기도 하다. 남성미 넘치는 배우 김준현이 라두를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비련의 남자 역할 묘사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 온 엄기준은 아르망에 적역이다.

무대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뉴시즈, 하이스쿨 뮤지컬, 올리버 등을 연출한 제프 칼훈, 엑스칼리버, 보니 앤 클라이드, 데스노트의 대본을 쓴 아이반 멘첼, 지킬 앤 하이드, 황태자 루돌프, 몬테크리스토의 명 넘버들을 쏟아 낸 프랭크 와일드 혼 등 세계적인 크리에이터들조차 찬탄을 금치 못했던 아름다운 무대는 오필영의 작품이다. 여섯 개(더 많을지도 모른다)의 세로 기둥이 돌아가는 ‘회전문 무대’는 그저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들 뿐이다.

마지막으로 딱 한 줄만 더. 사람에 따라선 조금 지루할 수도 있다. 좀 더 긴 1막이 특히 그렇다. 프랭크 와일드혼의 넘버들은 작품에 따라 기복이 큰 편인데다 비슷비슷한 멜로디가 작품마다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 마타하리는 중간 쯤 된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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