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수 철밥통 위해 수강권 사고파는 대학이 정상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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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일부 학생들 간에 수강권을 사고파는 일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졸업하려면 반드시 수강해야 하는 필수 강좌나 인기 강좌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암표 거래하듯 벌어지는 일이다. 수강권 가격은 강좌의 특성이나 학생의 급한 사정에 따라 적게는 1만, 2만 원에서부터 수십만 원에 이르기도 한다. 2010년 서울대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졸업하려면 꼭 수강해야 한다며 계절학기 대학영어1 수강권에 100만 원을 주겠다는 글이 올라온 적도 있다.

대학들은 최적의 수업환경 조성을 위해 수강인원 제한이 당연하다는 입장을 보인다. 복수전공이나 이중전공이 대세가 되면서 수강인원이 늘어나 ‘수강신청 대란’이 불가피한 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강좌를 수강하지 못하는 바람에 졸업을 못 해서 취업과 대학원 진학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학생들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대학 측이 사전에 정확한 수요를 파악해 강좌 수를 조정하고, 그래도 부족할 경우 추가로 개설하는 것이 ‘강의 소비자’에게 친절한 ‘공급자’의 책무일 것이다.

대학들이 이렇게 하지 않는 솔직한 이유는 교수들 사정에 있다. 일부 과목에 수강신청이 몰리면 다른 쪽에선 신청인원 미달로 폐강되는 과목이 생길 수밖에 없다. 책임강의시간을 몇 년 연속 채우지 못하는 교수들은 정년을 보장받지 못하거나 승진 급여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결국 교수들에게 철밥통을 보장해 주기 위해 대학이 ‘강의 시장’을 왜곡시켜 학생들이 암시장에서 수강권을 거래하게 된 셈이다.

교수들이 경쟁 없이 편하자고 학생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대학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다. 학생들로부터 외면당해 폐강이 거듭되는 교수는 다른 일자리를 찾는 것이 좋다. 교수 이기주의 때문에 비싼 등록금을 내는 학생들이 ‘피해자’가 되는 대학사회는 불공정하다. 대학 개혁은 이런 후진적이고 구조적인 환부를 도려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수강권#수강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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